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의 보수적 판결을 이끌어 온 안토닌 스칼리아(79) 연방대법관이 사망했다. 그의 죽음으로 현재 보수 5 대 진보 4로 갈려 있는 대법원의 이념 지형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칼리아 대법관의 후임자 임명을 두고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이 잡음을 내고 있는 가운데 이는 공화당 경선에서 핵심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그는 미국에서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이념 문제에서 강경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지난 30년간의 재직 동안, 총기 소지와 사형 제도 존치 등 보수적 사안을 강하게 옹호한 반면, 동성애 문제 등 진보적 사안에 대해서는 꾸준히 반대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었던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도 위헌 쪽에 표를 던졌다.
연방대법원 법관의 이념 문제는 미국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 예로 오바마 대통령의 기후 변화 어젠다인 ‘청정 전력 계획’(Clean Power Plan)과 관련한 규제를 잠정 중단하도록 한 대법원의 판결은 보수 성향 법관 5명의 찬성에 따른 결과였다. 이에 외신은 보수 성향 법관이 많은 대법원의 결정이 이념에 따라 갈릴 경우 백악관이 추진하는 청정 전력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었다.
그만큼 보수와 진보로 갈리는 핵심 사안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법관의 이념은 중요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스캘리아 대법관의 후임자로 진보적 대법관을 임명할 경우,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연방 대법원에 진보 성향 법관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현재 스칼리아 대법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그의 후임자 선정을 높고 워싱턴 정가에서는 기싸움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른 시일 내에 후임자를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당측은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안 남은 만큼 차기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번 사안이 공화당 경선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더군다나 잇따른 테러로 강경 보수파 주자들이 주목을 끄는 가운데 앞으로 이들의 지지율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언론들은 내다봤다.
공화당 주자들은 임명을 늦춰야 한다며 성토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뤄야. 미뤄야. 미뤄야!”라며 임명이 오바마 임기 내에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표명했다.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의원은 “이것이야 말로 이번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를 보여 준다며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요청했다.
테드 크루즈 텍사스 의원은 만약 오바마가 대법관 임명에 나설 경우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벌써부터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수십만 미국인의 종교적 신념을 해칠 수 있는 대법원을 막는 것이야 말로 단 하나의 정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