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의 4K 해상도 측정 기준 논쟁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양사는 TV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픽셀로 빛의 3원색인 빨간색(R)·녹색(G)·파란색(B) 외에 흰색(W)까지 픽셀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여전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UHD는 3840X2160의 해상도를 갖춘 제품으로 패널 가로에 4000개에 가까운 픽셀이 들어간다고 해서 ‘4K’로 불린다. LG전자의 4K제품은 픽셀이 아닌 W를 픽셀에 포함시켜 화소를 구성했기 때문에 그만큼 화소수가 부족하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최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가 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산하ICDM에 4K 해상도 측정방식 수정을 요청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ICDM은 디스플레이 측정과 평가 방법이 규정된 정보디스플레이측정표준(IDMS1)을 제정하는 위원회다. 만약 삼성전자의 요청 안건이 해당 위원회에 받아들여져 75%이상의 회원사 동의를 얻게된다면, LG전자는 주요제품에 UHD 표기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빛의 3원색인 R·G·B 픽셀만을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자고 주장하는 반면, LG전자는 3가지 색에 흰색(W)을 추가해 총 4가지 색을 픽셀의 기준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전통적인 RGB방식은 R·G·B의 부분 픽셀이 ‘RGB-RGB-RGB…’ 구조로 배열되고, 이 같은 3개 한 묶음이 하나의 화소가 된다.
RGBW 방식은 R·G·B·W 등 4개의 서브픽셀이 돌아가면서 ‘RGB-WRG-BWR-GBW…’의 형태로 TV 패널을 구성한다. 즉, W가 추가돼 전통적인 RGB방식보다 적은수의 R·G·B 서브픽셀로도 많은 화소를 만든다.
다만, 화이트는 색을 나타내지 않고 밝기를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화질이 다소 떨어질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에 LG전자는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 기술로 화질을 높였고, 이 기술을 ‘엠플러스(M+)’라고 명명했다.
이 같은 LG전자의 RGBW 방식은 소비전력을 30%가량 줄인 게 강점이다.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화소가 조밀해져 화면이 어두워지는 현상과 하얀색 화면 구현 시 RGB가 모두 켜져 많은 전력이 소모되는 기존의 문제점을 W픽셀 도입을 통해 해결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에 문제를 제기했다. 화이트 픽셀은 색이 아닌 밝기를 담당하는 것인 만큼 픽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실제 RGBW TV는 일반 RGB TV에 비해 픽셀의 양이 25%가량 줄어 실제 색상을 낼 수 있는 픽셀은 75%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타사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길 바라는 것”이라며 “글로벌 무대에서 디스플레이 시장을 이끄는 대표적 기업이 둘 뿐인 만큼 디스플레이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4K 기준을 명확하게 정해 시장을 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LG전자측 관계자는 “논쟁거리도 아니다”라며 “RGBW는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기술”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삼성전자도 RGBW방식의 패널을 중국 업체에 공급하고 있고, 일부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RGBW방식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ICDM 회원사는 내년 2월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리는 정기 모임에서 삼성전자가 제안한 해상도 측정표준 변경안을 주요 안건에 올릴 것인지 논의한다. 이 사안이 회원사 동의를 얻어 안건으로 상정되면 추후 표결 절차를 거친다. 75% 이상의 수용 동의를 얻어야 해당 표준이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