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00억원을 지원하는 막대한 예산만 보고 지원하는 것보다는 학교의 강점을 파악하고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7일 프라임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유정기 교육부 지역대학육성과장은 “인문이나 예술 계열이 강한 대학이 프라임 사업에 들어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런 대학들은 대학 인문역량 강화(코어)사업이나 특성화 사업에 지원하면 되고 예산이 커보인다고 프라임 사업에 지원을 해도 평가시 왜 강점이 있는 인문 예술 분야를 줄여 약한 이공계를 늘리려 하느냐는 질문에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과장은 “인문, 예술계열이 강한데도 예산이 많다고 전국 대학 중 19곳밖에 받지 못하는 프라임 사업에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인문이나 사회과학, 예술 계열이 강한 학교는 코어나 특성화사업에 지원해야지 정원을 이동해야 하는 프라임 사업에 지원하는 것은 대학들이 판단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어 사업의 지원 예산이 600억원으로 2700억원에 달하는 프라임 사업 보다는 적지만 인문계열 단과대를 놓고 보면 프라임 사업의 경우 지원받을 수 있는 예산이 대학 전체로 나뉘어 인문계열 단과대가 받을 수 있는 예산이 잘해야 10억원 남짓이지만 코어 사업을 유치할 경우 인문계열 단과대 홀로 25억원 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인문, 예술이 강한 대학들도 예산을 유치하기 위해 프라임 사업에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중앙대 예술대학 교수협의회는 입장을 발표하고 “중앙대의 경우 자연대가 문과대보다도 취업률이 낮은데도 예술대학을 대폭 줄이려 하고 있다”며 “중앙대 연구부총장은 프라임사업은 예체능계열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는 발언을 공개설명회에서 여러 차례 하는 등 학교를 대표하고 한류를 선도하는 예술계열이 생체해부를 당하는 형국으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내건 나라에서 이해가 가지 않고 지금의 제조업 공대전공들이 과연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3년간 연 최대 300억원을 지원하는 프라임 사업 유치를 위해 대학들이 앞다퉈 준비에 나선 가운데 이처럼 제조업 위주인 국내 산업과 연계를 목적으로 한 대학 구조조정사업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대학의 강점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24년까지 산업계의 대학 이공계열 졸업생 수요가 크게 모자르고 인문계열 수요는 남아돈다는 고용 전망이 15일 발표됐지만 급속한 국내 제조업의 쇠퇴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전망이 그대로 실현될 것인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를 반영해 각 대학이 처한 상황이 다른데도 프라임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목소리가 대학가에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앙대 예술대 교수협의회는 성명에서 “대학본부가 국내 대학 중 예술계열 상위권에 있는 예술대학을 약화시키고 공학계열을 확대하여 중앙대의 발전과 비전을 예측하는 것은, 자신의 장점을 근거로 정체성을 확보해 나가는 선택과 집중의 논리에도 어긋난다”며 “중앙대 공대가 QS 200위 이내에 드는 학과가 없는데도 공대를 확대하는 것이 과연 장기적인 안목에서 중앙대의 미래 발전을 위한 것이라 여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또 “프라임 사업이 중앙대의 미래 발전을 위한 장기적 안목에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통해 기획된 것이 아니라 단지 200억원의 지원금 수주를 위해 급조된 부실한 안이라는 혐의가 짙다”며 “프라임 사업을 위해 국내 대학 중 예술계열 상위권에 있는 예술대학을 약화시키고 공대를 증설해 중앙대의 발전과 비전을 예측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판단”이라고도 밝혔다.
이처럼 대학들이 막대한 지원 예산을 유치하기 위해 인문이나 예술 계열에서 강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위축시키는 안을 내놓으려 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