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2016년 4·13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대선), 2018년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 등이 잇따라 열린다. 특히 차기 총선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산물인 '87년 체제', 외환위기를 초래한 '97년 체제' 이후 새로운 질서를 가늠하는 이른바 '정초(定礎) 선거'가 될 전망이다.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민주화 시대의 역사 재평가작업과 맞물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키는 국민이 쥐고 있다. <편집자 주>
6일 본지의 총선 기획 '20대 총선을 말한다' 전문가진단에 참여한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전계완 정치평론가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등 6인은 차기 총선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 "2017년 체제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밝혔다.
◆"포스트 질서 재편"… "차기 대선 풍향계"
홍형식 소장은 "차기 총선을 통해 30∼40년간 한국 정치를 지배한 박정희와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이후의 신질서가 어떻게 형성될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20대 총선이 '건국(1948년 이승만 정권)→산업화(1963년 유신체제)→민주화(1987년 체제)' 이후 '신발전체제'의 도래를 결정짓는 '주춧돌 선거'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3김 정치의 부정적 산물인 '계파정치'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 지점에는 박 대통령이 촉발한 '정권심판론 대 국회심판론' 프레임은 물론, 선거의 여왕 박 대통령의 영향력, 여권의 박심(朴心·박 대통령 의중) 마케팅 등이 맞물려 있다.
최진 원장은 "계파정치의 혼돈 속에 갇혀 있는 여야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있을 것"이라며 "총선 결과에 따라 한국 정치에 대한 냉철한 중간평가는 물론, 차기 대선 방향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종찬 본부장은 20대 총선의 의미로 △차기 대선의 바로미터 △박근혜 정권에 대한 평가 및 야권의 제3의 길 모색 △지배적인 선거 구심점이 없는 최초의 선거 등을 꼽았다.
그는 1996년 총선을 언급하며 "당시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노동법 파동과 외환위기 때 큰 위기를 겪었다. 지금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남은 과제 등이 산적한 상황"이라며 "야권 역시 1995년 영국 노동당처럼 제3의 길로 가는 포인트"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1인 지배의 영웅적인 선거 영향력에서 정책적 선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패러다임"이라고 덧붙였다.
◆정권심판론? '野 역심판론'도 가능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의 위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여야의 극심한 분열로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저하된 채 치러질 것"이라며 "20대 총선의 상수는 박 대통령이 아닌 야권발 정계개편의 방향"이라고 단언했다.
반면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19대 총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반면, 현재 여권은 박 대통령이 사실상 주도하는 상황이다. 전체 지지율 차이는 없지만, 견고한 지지층 차이는 있다. 대구·경북 등 여권 텃밭에서 '박근혜 마케팅'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선은 대선과는 달리 회고적 투표 경향성을 가진다. 총선의 핵심 프레임이 '정권심판론'인 이유도 이런 까닭이다. 하지만 복수 전문가는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홍형식 소장은 "정권심판론도 87년 체제의 산물이다. 원래 심판론은 상대적 우위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반대 상황이 아니냐. 야권이 심판론에 매몰될 경우 '역심판론'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만흠 원장은 "정권심판론 프레임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야당에 대한 신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원장은 "차기 총선이 끝나면 박 대통령이 집권여당에 직접 개입할 계기가 없어진다"며 "총선 이후 박 대통령의 당에 대한 통제력이 끝날 가능성이 있다. 야당도 총선 전후로 부분적인 재편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밖에 지역적 관전 포인트에 대해서는 "'충청권 대망론'이 총선을 거치면서 표출될 것(윤희웅·최진)", 세대별 투표율과 관련해선 "고령화 등 인구 구성비의 변화로 지난 총선과 대선 등을 거치면서 50대 투표 의지가 강화됐다. 새누리당이 10% 격차로 방어하느냐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배종찬·윤희웅)"는 의견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