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대한민국, 기술 핵심역량이 살길이다

2015-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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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동월대비 수출입 증가율 추이(%)[관세청]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중국이 반도체 메모리 분야까지 진출하면서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의 거의 모든 분야는 경쟁심화 리스크에 노출됐다. 국내 수출이 올들어 10개월째 감소하는 ‘수출쇼크’ 현상도 경쟁심화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과 독일 등 글로벌 선진 기업은 훨씬 전부터 한국을 비롯한 후발기업의 추격을 받아왔지만,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이는 후발기업이 쉽게 넘볼 수 없는 기술 진입장벽을 구축해 독보적인 사업영역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격형 전략으로 성장해온 한국 기업이 되려 추격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후발기업이 따라할 수 없는 ‘핵심역량’을 길러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핵심역량은 미국 미시간대 비즈니스스쿨의 C.K. 프라할라드 교수와 런던 비즈니스스쿨 게리 해멀 교수가 제시한 경영전략 이론으로,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일례로 카메라 시장의 선두업체인 캐논은 정밀기계광학기술이 핵심역량인데, 다른 기업이 좀처럼 모방할 수 없다.

게리 해멀은 “경쟁에서 승리하는 자가 아니라 경쟁의 룰을 바꾸는 자가 승리한다”고 말해 경쟁을 뛰어넘는 혁신을 강조했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성공비결에 대해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고 말한 것도 핵심역량 이론과 상통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생산성은 취업자당 생산성이 세계 상위 수준에 근접하고 후발국의 이점이 소멸하면서 최근들어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 취업자당 생산성 상승률은 2000~2010년간 연평균 7.2%에서 2010~2014년은 2.2%, 올 상반기는 –2.7%로 현저히 둔화됐다.

시간당 생산성도 비슷한 둔화 추이를 보이고 있고 둔화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는 점은 기존 추격형 전략의 한계를 시사한다. 추격형 전략으로부터 시장 선도자로 산업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발전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추격형 전략으로 성장해 괄목할 성장을 이뤘으나, 제품간 차별성이 없어져 가격만이 경쟁의 조건이 되는 ‘범용제품의 덫’에 걸린 사례는 화학산업에서 두드러진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화학산업은 10년간 연평균 8.3% 성장을 통해 세계 5위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중국을 겨냥한 범용 석유화학 중심의 설비 투자가 집중돼 제품 다양화, 고부가화 등 질적인 면에서는 퇴보했다. 핵심 시장인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글로벌 공급경쟁 심화추세에 따라 구조적인 경쟁력 한계가 보인다.

연구원은 특히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2013년 기준) 국내 R&D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글로벌 메이저와 경쟁을 통한 고부가 제품 다변화는 쉽지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R&D 혁신의 부재는 화학산업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R&D투자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으나, 과학기술 활동 효율성은 주요 경쟁국에 뒤지고 있다.

국내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13년 4.15%로 1위, 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도 12.4명으로 핀란드 14.5명, 덴마크 14.0명에 이어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과학기술 활동 효율성은 일본과 독일에 크게 못 미치고, 중국에는 쫓기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국가 전략기술 전체로 볼때 2012년 대비 2014년 한국은 미국과 4.4년의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일본과도 1.6년의 격차가 있다. 반면 중국은 2012년 당시 한국보다 1.9년 뒤져 있었으나, 불과 2년만인 2014년에는 1.4년으로 0.5년 축소시켰다.

대외 경쟁심화로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정체되고 있다.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0년 이후 3% 수준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 12.4%, 독일 7.7%, 일본 3.6%에 비해 낮은 수준이 지속되는 중이다.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상품 수도 2009년 73개에서 2013년 65개로 감소, 중국은 2013년 1538개, 독일은 733개, 일본은 186개로 한국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 장현숙 연구원은 “기존 수출전략을 재검토해 신제품 개발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소재혁신, 기술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등 다양한 혁신 역량에 기초한 수출전략 마련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박수항 수석연구원은 “현재 고부가 제품군으로 인식되는 영역도 글로벌 경쟁자 확대가 계속되면 장기적으로는 범용 제품화의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장치산업은 20~30년의 운영이 필요하므로 기술, 고객대응, 경쟁자 견제 등 핵심 요소에 대한 지속적이고 차별적인 경쟁우위 확보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동북아연구실장은 “산업 전략과 과학기술 전략의 연계 강화, 대학 및 공공 부문의 산업 기술 기여도 확대, 지적재산권 등 혁신 성과의 권리화와 사업화 촉진 등을 통해 국가 혁신시스템 전반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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