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거침없이 질주하던 국내 수입차업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업무용차 과세 논의와 디젤차 외면 분위기 탓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에서 업무용 차량의 비용처리를 제한하는 국회의원 및 정부 법안 개정안의 조세소위원회 상정을 의결했다.
권영진 기획재정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업무용 승용차에 대해서 국회의원안과 같이 일정한 금액을 기준으로 손금산입(경비 산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에 일률적으로 손금산입 한도를 적용하므로 통상 마찰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검토보고서는 “고가의 업무용 차량을 개인 용도로 쓰면서 탈세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비용처리 상한선을 두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비용처리 상한선이 없는 정부세법개정안에 대해서는 “금액기준을 설정하지 않고 손금산입 요건만 강화할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회피할 수 있어 업무용 차량에 대한 과세강화가 미흡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3000만원 이상 차량은 국산차 판매량이 수입차 판매량을 상회해 금액 기준으로 손금산입한도를 설정해도 상당수 국산차 역시 적용대상이 되기때문에 국산차와 수입차를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검토보고서는 평가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정부세법개정안에 비용처리 상한선(손금산입 한도) 설정이 빠진 이유로 통상 문제를 꼽은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이 발효될 경우, 고가 차량 비중이 높은 수입차업계가 타격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등을 업무용으로 구입해 사적으로 전용하는 이들의 덕을 톡톡히 봤던 업체들은 판매가 위축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디젤차 인기 주춤…일본차 부활 조짐
디젤차를 꺼리는 분위기는 독일차 업계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2005년 한불모터스가 디젤 승용차를 본격 수입한 이후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이 앞 다퉈 디젤차를 들여오면서 국내 수입차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판매된 수입차 중 디젤차는 68.9%를 차지, 전년도 같은 기간 68.0%에 비해 상승했다. 반면 하이브리드카의 점유율은 3.6%에서 3.5%로 소폭 떨어졌다. 판매대수는 늘었으나 수입차 전체 판매증가량을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언론을 통해 공개된 아우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모델을 소비자들이 회피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서울 서초동에 사는 송 모 씨는 “집 근처에 수입차 매장이 많은데, 언론 보도 탓인지 아우디와 폭스바겐 매장은 사람이 별로 없다”고 전했다. 근래 수년 사이 디젤 라인업을 강화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들 브랜드의 경우 고가 차량은 대부분 요수수(AdBlue)를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해 이번 배출가스 조작과 무관하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디젤차에 대한 혜택은 이미 사라지기 시작했다. ‘클린 디젤차’로 분류돼 환경부담금을 면제 받았던 일부 디젤차들이 올해 강화된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저공해차에서 줄줄이 탈락하고 있는 것. 그동안 저공해차는 환경부담금을 면제 받을 뿐 아니라 공영주차장 할인, 혼잡통행료 면제(이상 서울시 기준) 등의 혜택을 받아왔다. 디젤차를 주력으로 내세웠던 독일차 업계는 치열한 판매전에서 내세울 무기가 줄어든 것이다.
내달 초 공식 판매집계가 나오면 판가름 나겠지만, 현재의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카를 내세웠던 미국차와 일본차가 실지(失地)를 일부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다양한 하이브리드카 라인업을 갖춘 렉서스는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독일차는 그동안 디젤차 마케팅으로 효과를 톡톡히 봤으나, 이제는 역풍을 걱정해야할 상황”이라며 “품질 대비 낮은 판매를 보였던 일본차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