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연설 교황 “이민자에게 형제애를”

2015-09-2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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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첫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현안들 직접 언급

[사진=CNBC 뉴스 화면 캡처 ]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미국을 방문 중인 로마 카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이민자에 대한 포용을 호소했다.

카톨릭 교황이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것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었는데, 교황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다양한 현안들에 관한 견해를 직접적으로 밝혀 세계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이날 교황은 연방 대법원판사, 각료 및 상하원 의원들이 가득 들어찬 하원 의사당에 참석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입장했다. 교황이 중앙 통로로 걸어가자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으며 일부 의원들은 존경의 예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시리아 난민사태를 언급하며 전쟁과 가난으로 이민을 택한 이들에 대한 지원과 기후변화와의 싸움, 종교적 극단주의 배척, 사형제 폐지 등을 촉구했다.

교황은 전날 백악관 환영행사에 이어 기후변화와 이민자 문제 등 2016년 대선을 앞둔 미국 사회의 첨예한 정치적 현안에 대한 의견을 직접 나타내는 행보를 이어갔다.

교황은 연설을 시작하며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자신을 "이 위대한 대륙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교황은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다.

그러면서 미국이 안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로부터의 이민 문제는 물론 현재 유럽 대륙이 겪고 있는 이민자의 위기를 언급했다. 교황은 의원들에게 "언제나 인간적이고, 공정하고, 우애로운 방식으로 대응해 줄 것"을 촉구했다.

특히 교황은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고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을 상기시키며 시리아 난민사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위기"라며 "그들을 외면했던 과거의 죄와 실수를 거듭해서는 안 되며, 항상 인도주의적이고 공정하며 형제애를 갖고 대처해달라"고 호소했다.

교황이 이민자 문제에 관해 언급할 때 교황 뒤편에 존 바이든 부통령과 나란히 앉아 연설을 듣던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였다.

교황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인간 행동에 의한 기후변화를 막고 환경보호를 위해 자연 자원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며 "미국, 특히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연설을 마친 교황은 의사당 발코니에 나타나 아래 잔디밭과 내셔널 몰에 모여 있는 수만 명의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때 교황은 스페인어로 "신앙이 없고 기도할 수 없는 분들이라면 나의 전도에 행운을 빌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의회 연설을 마친 교황은 워싱턴 D.C. 방문의 마지막 일정으로 노숙자와 저소득층의 점심 봉사를 하기 위해 성패트릭 성당을 찾았다. 교황은 400여 명의 노숙자 등이 모인 가운데 기도에서 "하느님 아들도 이 세상에 올 때 집 없는 사람이었다"고 위로했다.

워싱턴 D.C. 방문 일정을 마친 교황은 오후 4시 뉴욕으로 출발했다. 교황은 뉴욕에서 유엔총회 연설, 9·11테러 희생자 추모 박물관 방문과 유족 만남, 매디슨 스퀘어 가든 및 센트럴 파크 미사 집전 등을 마친 후 26일 필라델피아로 이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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