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노승길 기자 = 중국의 경기둔화와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등 트리플 쇼크에 따른 한국경제의 성장 전망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글로벌 악재에 대응하고 성장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남미 시장에 대한 수출 확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엔진 멈춘 한국경제…2%대 성장률도 ‘위험’
최근 해외 금융기관 36곳이 분석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보면 1%포인트가 추락한 평균 2.5%가 예견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무디스·코메즈방크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노무라와 IHS이코노믹스·ANZ은행·웰스파고 역시 2.2%다.
특히 독일 데카뱅크의 전망치(2.1%)는 더 낮다. 2%대 진입도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심을 내놓고 있는 것.
아울러 무디스는 지난달 20일 한국의 성장률을 0.3%포인트 하향조정했고 모건스탠리도 지난 17일 0.2%포인트 낮춰 발표한 바 있다.
한국경제에 켜진 빨간불은 장기화된 내수부진과 더불어 성장동력인 수출의 감소가 꾸준히 이어진 결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전선을 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보다 14.7% 감소하는 등 세계 금융위기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 폭이다.
한국 수출이 발목 잡힌 요인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의 둔화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중간재에 편중되는 등 ‘차이나 인사이드(중국 제조업체들의 제조 역량을 늘려 완제품 제조 과정에 중국산 중간재 부문 비중을 늘리는 현상)’ 가속화에 따른 현상도 분석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경기가 가라앉고 중국 경기가 더 나빠지면 2%대 초반까지 한국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느냐가 중요한데 (경기 하락 압력에 따른)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국 경기 둔화 등 트리플 쇼크…한-중미 FTA '돌파구'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9년 만에 처음으로 7%를 밑도는 등 6% 후반대가 전망되고 있다. 일단 미국 금리인상은 유예됐지만 오히려 중국 경제 부진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증폭되는 등 한국 경제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우리나라가 직면한 대외악재 중 중국의 경제둔화에 따른 파급효과는 실물경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전문가들조차 중국의 정확한 성장률을 판단하지 못하는 등 경착륙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분위기다. 산업계는 중국의 경제둔화가 잇따른 전망치보다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와 함께 원자재 가격 급락 및 활화산 격인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트리플 쇼크도 안심할 수 없는 단계다.
트리플 쇼크에 취약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 방어력이 취약해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공개한 ‘트리플 쇼크에 취약한 아시아 신흥 3개국 점검’ 보고서를 보면 아시아발 외환위기 확산에 따른 한국 성장률은 1.3%포인트 하락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대중 수출 감소를 극복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아시아 신흥국에 집중된 수출을 중남미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시장을 개척하고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해야한다”며 “중국에 집중된 수출을 중남미 등으로 확대하고 미국·유럽·일본 등 대신흥국 수출 확대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협정(FTA) 정책관이 우리 측 수석 대표로 나서는 한-중미 자유무역협정(FTA) 제1차 협상이 21일부터 5일간 열린다”면서 “한-중미 FTA는 중미 6개국이 아시아 국가와 체결하게 되는 첫 FTA로 한국에 중미 시장 선점 기회가 마련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