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BMW는 색채가 뚜렷한 브랜드다. 소형부터 대형까지 ‘스포티함’을 일관되게 강조하는 몇 안 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두 개의 엔젤링 덕에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아이덴티티도 확실히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다채로운 BMW의 라인업이 모두 잘 생긴 건 아니다. 1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위가 좁고 아래가 넓은 일반적인 디자인과 달리 1시리즈의 헤드램프는 정반대의 디자인을 택하면서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모델 라인업은 118d 스포츠 라인 한 가지로 단일화 됐다. 이름은 스포츠 라인이지만 구형의 스포츠 라인과는 차이가 있다. 구형의 경우 143마력짜리 어반 라인과 184마력 스포츠 라인 등 성능과 장비 모두 차이를 두었다면, 국내에 들어오는 신형은 150마력 엔진 한 가지만 얹으면서 스포츠 라인이라 부르고 있다.
이름이 달라졌지만 사실상 구형의 어반 라인과 같은 엔진이다. 최대토크가 32.7㎏·m로 똑같은 것도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라인업의 변화는 경쟁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나 폭스바겐 골프, 아우디 A3 등을 의식한 결과다. 골프 1.6 TDI가 105마력, A180 CDI가 109마력, A3 25 TDI가 110마력 등 낮은 출력의 엔진을 얹으면서 경제성을 강조하고 있고, 골프 2.0 TDI와 A3 35 TDI는 150마력 엔진을 얹고 있다. 구형 1시리즈 스포츠 라인은 출력이 높았지만 가격 또한 높았다. 따라서 가격과 출력을 고려할 때 구형의 스포츠 라인은 존재 이유가 약했던 셈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출력이지만 118d의 성능도 일상생활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공회전 상태의 정숙성도 디젤 모델인 점을 감안하면 좋은 편이다.
가속성능은 구형 스포츠 라인에 비해 아무래도 떨어진다. 시승 도중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는 에쿠스를 만났는데, 기자는 이를 알아채고 가속을 시도했다. 무리한 추월을 방치하는 것보다 이를 막는 게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터보 렉(터보차저가 작동하기 전까지의 가속 지체현상)은 예상보다 컸다. 가속 페달을 밟은 후 터보가 본격 작동하기 전에 결국 에쿠스의 육중한 차체가 앞을 가로막고 말았다.
1시리즈는 경쟁차 중 유일하게 후륜구동을 택하고 있다. 후륜구동의 장점 중 하나는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즐기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출력 모델이 사라진 1시리즈는 중요한 강점 하나를 잃어버렸다.
118d의 연비는 도심 15.7㎞/ℓ, 고속도로 19.9㎞/ℓ로, 구형 어반 라인보다는 떨어지지만 여전히 괜찮은 수준이다. 연비가 강점인 골프 2.0 TDI(도심 15.0㎞/ℓ, 고속도로 19.5㎞/ℓ)보다도 다소 우위에 있다.
신형 1시리즈의 가격은 3890만원(스포츠 라인)~3950만원(스포츠 런치 패키지)이다. 모델이 단출해지면서 저출력 모델을 보유한 경쟁차에 대응할 카드가 좁아진 게 아쉽다. 입문용 수입차로는 괜찮지만, 본격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에는 다소 모자라는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