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황국신민화정책이 정점을 이룬 시기에 발간되고 교육됐던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복원한 것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에 의해 왜곡된 갖가지 논리에 대응하는 실증적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된다.
12일 전남대에 따르면 김순전 교수가 사희영·박경수·박제홍·장미경(이상 전남대 강사)과 함께 복원한 일본어교과서는 'ヨミカタ(요미카타)'와 '初等國語(초등국어)' 총 12권이며, 이번에 초등국어 제5기 원문 상·중·하(제이엔씨 출판사) 3권으로 출간됐다.
'초등국어'가 편찬된 시기는 태평양전쟁의 전선 확장으로 조선인을 전쟁에 참여시키기 위한 황국신민화가 정점을 이룬 때다.
등장인물의 옷차림은 아동일지라도 모두 국민복 차림을 하고 있으며, 머리모양도 남자 아동은 군인처럼 깎은 머리에, 여자 아동은 모두 단발머리 모양을 하고 있다.
등장인물의 인명이 모두 일본식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일제의 '창씨개명정책'을 전면 반영한 결과일 것이며, 황국신민화정책의 가장 기본적인 실천요목인 신궁(神宮),신사(神社)의 참배와 관련된 내용이 많아진 것도 이 시기 교과서의 특징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에 의해 왜곡된 갖가지 논리에 대응하는 실증적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번 복원사업은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된다. 한국 근대사 조명 및 교과서 연구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듣는다.
일본이 작금의 돈독한 미일 안보관계를 이용해 겉으로는 동북아 평화를 내세우면서 또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도모하는 등 제국주의 회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김순전 교수는 "이번 '초등국어' 발간은 단절과 왜곡을 거듭했던 한국근대사의 일부를 복원·재정립할 수 있는 논증적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다"며 "일제에 의해 강제된 근대 한국 초등교육의 실상을 구명하고 한국학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