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직 공무원 태가 역력했다. 그래서 인터뷰는 담백했다. 사진기자가 말했다. 표정이 다양하지 않다고. 인터뷰하는 내도록 에둘러 이야기한 주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제계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대기업 총수의 사면 문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문 : 기업인 사면과 관련해선 어떤 입장인가
문 :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선 어떤 생각인가
세수 결손이 매년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어 새로운 세원을 발굴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은데, 법인세를 유지하든 인상하든 일장일단이 있는 선택이다. 부족한 재원 때문에 다른 계층에 있는 사람이 피해를 본다면 중소·중견기업이 아닌 일정 이상 매출 규모를 가진 대기업 군에 대해선 논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저하시킨다면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문 : 만성적인 세수 결손으로 나라 곳간이 바닥났지만, 국회는 비과세 및 각종 감면 법안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저도 이번 임시국회에 상호신용 금융기관에 대한 비과세 연장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일몰 기간이 정해진 법안의 경우 기한이 도래했을 때 다시 발의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물론 과도한 선심성 입법은 자제되어야 하겠지만 비과세 자체가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 제가 발의한 법안을 보면, ‘동네금융'이라고 불리는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과 같이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 위치에 있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비과세는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후 대구시 경제산업국장과 경제통상국장 등을 역임한 정통 관료출신이다. 그래서 그가 몸담은 지난 3년간의 국회에 대한 소회가 궁금했다.
문 : 19대 국회가 개회한 지 3년이 넘었다. 소회를 말해달라.
직업 공무원 출신으로 국회에 들어오면서 사실 입법과 예산 같은 정책 기능을 많이 염두에 두고 들어왔는데 모 선배 의원이 '정치는 싸움이다'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얘기하더라. 지나고 보니 야당과의 샅바 싸움에서 저격수, 방탄 막이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암묵적 요구였던 것 같다. 19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분들이 그런 요구를 한 이유를 알겠지만, 정치 본령은 국민이 원하는 민생을 챙겨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파가 엄연히 존재하고, 어느 편에 설 것을 굉장히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당내라든지 국회 여야 관계에서도 소모적인 에너지 낭비가 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것을 요즘 많이 느낀다. 특히 여야 간 이견으로 침체된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종 정책적인 시도들이 빛을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문 : 집권 여당이 '잘하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점은
정치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제도적 틀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역시 마지막에는 정치에 맡겨진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관료적 사고나 선례를 답습하는 태도에 매몰돼 있다면 변화를 유도하기 어렵다. 여론의 요구가 있을 때 변화의 카드를 던지고 마지막으로 매듭짓는 장소가 국회라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논의되고 결론이 도출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 : 이른바 '유승민 파동'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역민심은 어떤가?
적어도 대구 지역의 여론은 박근혜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가 교집합이나 합집합 관계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 역시 그랬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퇴 과정을 복기해보면 유 전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과 완전히 분리돼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누가 뭐라 해도 대구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보일 때도 박 대통령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염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지역이 바로 대구다. 따라서 유 전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는 모습에 대해선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게 중론이었다.
문 : 이전 정권과 달리 박근혜 정부가 대구에 특별히 해주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역차별이라는 여론은 없나?
이명박 정부 때와 비교하면 그런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 박 대통령이 스타일상 공평무사한 국정운영을 지향하는 것 같고, 정치적 연고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하는 걸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예산 부분에서는 대구·경북을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챙겨 주고 있다는 시그널은 감지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대구·경북과 인연 갖고 보은하겠단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그게 그분의 진심이라고 본다. 국정운영을 총괄하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본인이 정치적 연고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소신이 있는 것 같다.
문 : 얼마남지 않은 정기국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게 있는지?
정기국회는 예산국회다. 이제 대구·경북의 현안 사업에 대한 예산을 관심 있게 챙겨 볼 때가 된만큼 예산 확보에 적극 나설 생각이다. 또 제가 정개특위 위원이라 선거구 획정을 비롯한 정개특위의 민감한 이슈가 빨리 정리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해 본회의 승인받아야 하는 일이 남아 있다.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자에게 예측 가능한 프레임을 설정해줘야 하는데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 문제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합리적으로 마무리 돼야 할 중요 이슈가 아닌가 싶다.
문 : 의원 정수 문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개인적 소신은 어떤가
정치는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이 국회 바라보는 시각이 싸늘하다. 의원 정수 확대는 논의조차 하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여야 협상 이슈로 도마 위에 올린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지역구의 인구 비율을 2대 1로 조정해야 한다.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으면 현재의 비례대표 숫자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 지역구 의원 중에서도 비례대표에 뒤지지 않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아 비례대표제도가 퇴색되고 있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문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표를 잃더라고 노동개혁을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본격적인 노정 투쟁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임금피크제 등 정부의 노동개혁안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이 잘 됐으면 한다. 노동, 공공, 금융, 교육, 이른바 ‘4대 부문 구조개혁’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의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잠재성장률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 : 20대 총선 때 김부겸 의원과 김문수 의원이 맞붙을 것으로 보이는데 대구 지역의 총선 판도를 예측해본다면
변화의 기운이 다른 때보다 드세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대구지역에서 새누리당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이 임기를 끝난 이후에도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가 이어질 지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새누리당에 대한 정서보다도 우리 지역에서 배출한 대통령을 지지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 따라서 결과적으로는 지역별로 개개인 정치인 역량, 각자도생의 판도로 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문 : 인터뷰가 거의 끝나간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으면 해달라
지나간 '유승민 파동'을 복기해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정치를 해보니 전체 정치인이 100명이라 하면 양극단에 각각 20명, 그 중간에 60명이 있다. 극단의 상위 20명이 혁신적 사고를 갖고 '센세이션'(화제)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리더로 선택받기는 어렵다.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경선을 실시하면, 60명 범위 안에서 후보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은 때가 되면 변화와 혁신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야 하지만, 대중 속에서 같이 호흡하고 대중과 어울리는 행보를 할 필요가 있겠다 싶다. 현실은 다수의 선택을 받아야 하니 정치인은 혁신과 대중성을 같이 가지고 가야 한다고 본다. 유 전 원내대표와 술을 한잔 하게 되면 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인터뷰 =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 정리=김혜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