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 싱가포르의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 전 총리가 2015년 3월 23일 91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1959년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로 취임하여 1990년까지 31년간 총리로 재임하면서 신생국 싱가포르의 설계사로서 나라의 기초를 확고히 다졌으며 그 후에도 2011년까지 선임장고문장관으로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며 싱가포르를 오늘날까지 이끌었다.
덩샤오핑 이래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모든 중국지도자들과 린든 존슨부터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역대 미국대통령들이 그리고 여러 나라의 많은 지도자들이 그로부터 국가경영과 국제 현안에 대해 지혜를 구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등 각계 지도자들과 폭넓게 만나 고견을 나누었다.
그는 한강의 기적을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리고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과 함께 권위주의 정치체제하에서 빠른 경제성장을 이끌어낸 아시아의 상징적 지도자이다. 1999년 타임지는 ‘20세기 아시아에 있어 가장 영향력 있던 인물 20인’에 리콴유 전 총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나란히 선정하기도 했다.
그에 대해서는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그의 탁월한 통찰력과 강력한 추진력, 실용주의 등 국가최고지도자로서의 뛰어난 역량은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언론 규제, 자유 억압, 강권 통치, 총리 ‘세습’ 등으로 호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 책은 하버드 대학의 그래엄 앨리슨 교수, 로버트 블랙윌 외교협회 연구위원이 리콴유 전 총리와의 인터뷰, 그의 저서와 연설문을 편집하여 출간한 책이다. 편저자들은 제1장에서 9장까지 총 70개의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이에 대해 그는 명쾌하고 직설적이며 때로는 도발적인 답변을 하고 있다. 도처에 실용주의자로서의 그의 진면목이 잘 드러나 있으며 깊이 있는 세계관과 지도자관을 음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오늘날 국제관계를 형성하는 주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의 미래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와 통찰력이 놀랍기만 하다. 제3장에서는 미중관계의 미래에 대한 그의 탁월한 견해를 접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를 하는데 고심하고 있는 한국에게는 도움을 많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의 초점은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데 있지 않고 미래와 다가오는 도전과제에 맞추어져 있다. 이 책이 거센 파도를 헤치고 전진해야 하는 대한민국호의 선장과 선원, 승객 모두에게 나침반의 역할을 하고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288쪽 | 1만 53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