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제과업계가 과일맛 감자칩을 경쟁적으로 출시, 허니버터칩 2라운드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끌면서 미투제품을 쏟아내던 업계가 올해는 '감자칩에 과일 맛을 입힌 신제품'을 앞세워 경쟁에 돌입했다. 포문은 해태제과가 먼저 열었다.
감자칩, 감자 스낵 등 감자를 원료로 하는 과자에 과일 맛을 적용한 것은 업계에서 허니통통이 처음이다. 과일의 상큼한 맛이 기름에 튀기는 감자스낵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으로 그동안 시도조차 없었다.
제품 출시는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정훈 대표는 지난해 12월 신제품을 기획하는 회의에서 "우리 안에 있는 모든 고정관념을 깨야 비로서 제2의 허니버터칩을 만들 수 있다"며 주위에서 찾을 수 없는 과일 맛의 감자스낵 개발을 주문했다.
해태제과는 이번에 출시하는 사과맛, 딸기맛 허니통통을 시작으로 다양한 과일 맛 제품들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롯데제과가 불씨를 지폈다.
롯데제과는 16일 짭짤한 감자칩에 바나나맛 양념가루를 섞은 '바나나 먹은 감자칩'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감자칩에 국내산 아카시아 꿀과 바나나맛 양념 가루를 더한 스낵이다. 이 스낵은 튀기기 전 오븐에 굽는 과정을 추가해 감자의 담백한 맛을 살리는 동시에 지방함량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최근 FTA의 영향으로 수입과일이 증가하면서 소비자의 과일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향후 열대과일 등 다양한 과일맛을 혼합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체별로 당분간 과일맛 감자칩 출시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미투 제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기에 편승해 따라하기에 급급한 미투 제품들은 오랜 기간 준비를 통해 나온 제품에 비해 품질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허니버터칩'이 뜨자 미투 제품이 마구잡이로 등장해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세븐일레븐의 PB상품인 '허니버터 감자스틱'은 허니버터칩 보다 맛이 떨어지고 같은 값에 용량이 작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도 넘은 베끼기로 상도의 마저 실종됐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허니버터칩 성공 이후 농심은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로 맞불을 놨고, 롯데제과는 미투 제품 출시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지만 '꿀먹은 감자칩'을 내놓은 바 있다. 간판 제품인 '꼬깔콘'까지 허니버터맛을 선보였다.
감자칩 시장 50%를 점유한 오리온도 '포카칩 스윗치즈맛'을, 대형마트인 이마트(피코크 프리미엄 포테토칩)와 홈플러스(케틀칩)도 따라 하기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극심한 불황에 '있는 거나 잘 팔자'라는 태도로 한동안 신제품 출시를 꺼려했던 업체들이 초기 투자비용을 아끼고 시장 진입이 용이한 미투 제품 내놓기에는 적극적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또 미투 제품들이 쏟아져 나와 물량 공세에 나서면서 원조 제품을 밀어내는 상황이 되자 신제품을 개발할 의지가 꺽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태제과 측은 "경쟁사들이 미투 제품을 속속 출시하면서 허니버터칩 고유의 맛이 왜곡되고 제품 오리지널리티의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