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지난 4년간 배합사료를 짬짜미해온 하림·CJ제일제당 등 주요 배합사료업체들이 공정당국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배합사료시장에서 가격 담합을 한 카길애그리퓨리나, 하림그룹사(하림홀딩스·팜스코·제일홀딩스), CJ제일제당 등 11개사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773억 3400만원을 부과한다고 2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6년 10월부터 2010년 11월 기간 동안 배합사료시장에서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총 16차례에 걸쳐 담합했다. 담합은 돼지·닭·소 등 가축별 배합사료의 평균 인상·인하폭 및 적용시기를 위주로 이뤄진 것.
11개사 대표이사 또는 부문장들은 사장급모임을 통해 가격 인상·인하폭 및 적용시기를 협의하는 등 가격결정에 대한 개괄적인 합의를 이끌었다.
사장급모임은 예전(농협을 통한 사료판매·농협계통구매)부터 가격 등에 대한 공동의견 논의를 위해 만든 사목회가 이어져온 모임이다.
담합 합의는 각사가 회원권을 보유한 골프장이나 식사모임을 통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사료협회 이사회 구성원으로 대부분 특정대학 선후배 사이이거나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어 자연스러운 합의가 가능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사장급모임을 통해 상호 교환·공유된 가격정보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인상·인하되면서 가격이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카길 등 매출액 상위 업체가 선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면 나머지 업체들도 며칠 뒤 따라하는 등 2006~2008년, 2010년 총 11번 가격을 인상했다. 가격 인하(2009년 총 5번) 때에는 농협 가격 인하폭보다 적게 인하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특히 이들은 합의한 범위 안에서 가격 인상·인하가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목적으로 각 사들의 품목별 기준가격표(공장도가격표)를 공유해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담합을 주도한 카길애그리퓨리나에 대해 가장 무거운 249억2100만원을 부과하고 CJ제일제당·우성사료 등 나머지 총 524억1300만원을 처벌했다. 다만 공정위는 원재료가격 급등 등에 따른 공동대응 과정에서 발생된 점과 피심인들의 부당이득도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고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카길 측은 “사료 산업구조상 경쟁업체와의 가격 담합은 절대 없었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법원 항소를 포함한 다양한 대응방안을 신중히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신영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당시 담합에 참여를 했던 당사자들에 대한 진술(평균가격에 대한 인상·인하폭, 시기 합의)을 우리가 전부 확보했다”면서 “11개의 배합사료 업체 중 상당수가 행위자로부터 관련되는 내용을 획득하는 등 이를 토대로 입증을 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신영호 국장은 이어 “카길은 담합을 안 했다고 심판정에서 주장했지만 ‘합의가 입증이 됐다’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인정을 안 한다고 하면 소송에서 다툴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우리들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