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계속되는 경기 부진과 엔화 약세에 한국의 기준 금리가 추가적으로 내려 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22개 주요 금융기관 중 11곳이 한국은행의 연내 추가 금리 인하를 점쳤다. 이 중 HSBC, 모건스탠리, BNP파리바, 노무라, 호주뉴질랜드(ANZ)은행 등은 최근에 일제히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수출, 산업생산 등 각종 경제 지표 부진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수출시장을 위협하는 엔저 공세 역시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원·엔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890엔 초반대까지 떨어지면서 지난 1년간 엔화 대비 원화 가치 상승률은 12%에 이르렀다. 특히 재정환율인 엔화는 달러와 달리 시장 개입으로 대응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가 유일한 대응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HSBC는 수출·산업생산 부진과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을 들어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8%로 낮췄다.
로널드 맨 HSBC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3.1%인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통화완화 정책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3분기 중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제조업 경기가 ‘비참한(miserable)’ 수준이라며 이달 중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내수 회복의 기미가 보이기는 하지만 수출 약세의 부정적 영향을 만회할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BNP파리바는 현 추세대로면 올해 무역수지 흑자가 1000억 달러(약 11조원)를 웃돌아 원화 절상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즉 원화 절상에 따른 환율 문제와 국내 저물가 등으로 인해 통화완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무라와 ANZ은행도 수출 감소 등으로 한은이 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이달(노무라), 6∼7월(ANZ은행) 중 금리 인하를 각각 예상했다.
다만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에 따른 격차 확대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드러난 한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성향 등을 감안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금리 인하 정책의 경기 회복 효과와 원화 강세 억제 효과가 그리 크지 않으며 가계 부채 문제만 심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