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국내 유통연구소와 전문가들은 올해 초 '2015년도 소비 키워드'로 옴니 채널, M-커머스, 해외 직구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해외 직구(직접 구매)는 이미 많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진 소비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 쇼핑 사업의 국경이 사라지면서 해외 직구와 함께 국내 업체들의 역직구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역직구의 중심축은 중국의 '하이타오족'이다. '해외'를 지칭하는 '하이'와 '사다'는 뜻의 '타오'가 합쳐진 '하이타오'는 인터넷 쇼핑을 하는 중국의 해외 직구족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직도 외국인에게 한국 온라인 쇼핑몰은 외면받고 있다. 언어적인 요인을 떠나 복잡한 이용 방법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국내 해외 직구 업체들의 서비스에 대한 현지인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 중소기업 제품 판로 위해 역직구 시장 진출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외국 고객의 편의성을 강조하며 승승장구하는 기업이 있다. 하이타오족을 타깃으로 삼아 그들이 선호하는 한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역직구 쇼핑몰 판다코리아닷컴이 그곳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 온라인 쇼핑몰은 설립 6개월 만에 하루 최고 40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접속할 정도로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특히 이 업체는 한류스타 김수현 등이 소속된 키이스트가 50억원을 투자해 유통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사실 이종식 판다코리아닷컴 대표가 역직구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산하 청년특별위원회에서 일하면서부터다.
당시 만났던 중소기업 사장들은 그에게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제품을 만드는데 수출하고 싶어도 판매 플랫폼이 없어 국내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 시장을 겨냥한 직거래 장터를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달라"는 얘기를 많이 전했다.
직접 시장조사를 한 이 대표는 한국산 제품이 큰 인기를 끄는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이를 판매하는 제대로 된 온라인 쇼핑몰이 없었고 사업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 발 빠르게 움직였다.
◆ 사전 준비만 6개월, 현지 구매자 위해 서버까지 이전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판다코리아닷컴 사이트를 오픈했다. 하지만 오픈 직전까지 중국어 번역에만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판다코리아가 지금까지 세 번이나 시스템을 뒤엎었습니다. 처음에 자체 설루션을 갖고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했는데 이용이 편리하지 않고 어색하다고 중국에서 자꾸 클레임을 걸어왔기 때문이죠."
이 대표는 결국 중국 개발자를 고용하고 현지 최대 쇼핑몰의 솔루션을 전격 도입했다. 나중에는 서버까지 중국으로 이전해 '중국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고수하며 무늬만 중국 쇼핑몰로 만들어놓기보다 철저히 중국 소비자에게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 이 대표는 CJ와의 협업 사례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판다코리아에서 한류 스타인 김수현을 내세워 '김수현 특별상품전'을 진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CJ의 '쁘띠첼' 푸딩이 잘 팔리자 CJ가 6개 묶음으로 된 중국 전용 패키지를 제작해 판다코리아닷컴이 제작한 김수현 달력을 넣어 단독 상품으로 만들어 공급해줬습니다."
이를 통해 대박을 터트린 이 대표는 '왜 중국에서 우리 물건이 안 팔리나'를 고민하지 말고 철저히 중국에 맞춰야 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 '현지화 전략'보다 '현지화 경영'이 중요…엔터커머스 기업으로 거듭날 것
이종식 대표는 "해외 직구를 고려하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현지화 전략'보다는 '현지화 경영'이 필요하고 중국인 입장에서 생각하는 버릇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마켓을 이해하는 직원이 상주하는 게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중국 온·오프라인에서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국내 경제동향과 동종 업계 소식 등을 꾸준히 접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종식 대표는 판다코리아닷컴이 단순한 해외 직구 쇼핑몰이 아닌 엔터커머스(엔터테이먼트+이커머스)를 기반으로 하는 O2O 토털 설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용 쇼핑몰과 중국어 회사 홈페이지 등을 제작해 주는 자회사 PANDAsoft와 한국(명동·동대문 DD·제주 등), 중국(난징·상하이·웨이하이·성도·선양 등)에 오프라인 가맹점 사업도 펼칠 방침이다.
또 자회사 판다 오투오(PANDAO2O), 중국 물류통관 대행사 판다 이앤아이(PANDAE&I), 한국정품인증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정품인증은 물론 상표권 등록과 위생허가, 리서치 홍보를 대행하는 판다솔루션(PANDAsolution)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한류 기획사들과 함께 연예인 MD 상품은 물론 화장품 등을 개발해 판매 사업도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