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아주경제 본사에서 만난 최필립은 '장미빛 연인들'속 고재동보다 훨씬 유머러스했고 따뜻함이 있는 배우였다.
2005년 MBC 수목드라마 '영재의 전성시대'(극본 김진숙·연출 이재갑)로 데뷔해 2006년 '소울메이트'(극본 조진국 박은정 남지연·연출 노도철 선혜윤)에서 주연을 맡아 필립이라는 이름을 알린 그는 올해로 10년이 된 중견 배우다.
"10년이 되니까 이제야 배우라는 직업을 알 것 같아요. 연기의 맛도 알 것 같고… 그전에는 쫓겨 다니기에 바빴어요. 대본에 쫓기고 시간에 쫓겼어요"
"원래 배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가수 쪽으로 알아보던 찰나에 '영재의 전성시대'에 출연하게 됐고 배우로 데뷔하게 됐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그런데 작품에 출연할 때는 행복한데, 공백기가 길어져 버리면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타격을 입으니까 그런 면에서는 조금 힘들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죠. 하지만 이제는 제 직업이니까 열심히 해서 올라가야죠. 기업으로 치면, 지금은 기업도 아니에요. 요만한 가게 정도? 중소기업 중에서도 잘나가는 벤처까지는 만들고 싶어요"
'장미빛 연인들'에서 그가 연기한 고재동은 연화(장미희)의 아들같은 남동생으로 능글맞고 뻔뻔한 성격의 캐릭터다. 하지만 세라(윤아정)를 만나면서 책임감도 생기고 로맨티스트로 변해가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고재동과 실제 성격이 많이 닮았는지 물음에 "아무래도 연기자다 보니까 캐릭터를 맡으면 그 배역에 따라가는 면이 많다"며 "최근 만난 사람들은 고재동과 성격이 똑같다고들 하더라"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마마보이'는 아니라고 손사래 치기도 했다.
"어떤 작품이고 끝내면서 100% 만족한 적은 없어요. 항상 아쉬운 점이 남지만, 호흡이 긴 작품에 참여해보니까 느끼는 것도 많았어요. 다만 재동이에 대한 분량이 흐름상에서 좀 더 많이 비춰졌으면 역할을 좀 더 살릴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그리고 세라와의 알콩달콩한 러브라인은 시청자들에 깨알 재미를 선사해서 굉장히 만족해요"
'장미빛 연인들' 종영에 시원섭섭함을 드러낸 최필립은 존경하는 배우로 주성치를 꼽으며 "슬픔 속에 해학과 웃음이 있는 주성치의 연기가 참 좋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고재동' 캐릭터도 참 마음에 들었다. '마마보이' 성향이 있지만 로맨틱함이 있고 따뜻한 남자다.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작품 활동을 쉬는 기간에는 스쿠버다이빙, 암벽 등반 등 활동적인 여가 생활을 즐기는 그는 보여지는 이미지와 달리 해병대 조교 출신이다. 2013년에는 XTM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국가가 부른다'에 출연해 투혼을 불태우다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당시 출연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워낙 익스트림한 걸 좋아하고 운동도 즐기니까 도전하고 싶었다. 최후의 12인까지 갔었는데 참 아쉬웠다"며 "열심히 했고 무릎은 다쳤지만, 함께 출연했던 사람들과 지금까지도 연락한다. 사람을 얻었다"며 웃음지었다.
KBS2 '경성스캔들'(2007) SBS '스타의 연인'(2008) KBS2 '천명:조선판 도망자 이야기'(2013) tvN'식샤를 합시다'(2013)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데뷔 10년 차 배우가 됐지만 대표작이라고 선뜻 내놓을 수 있는 작품은 많지 않다. 최필립 역시 불안하고 조급했던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과거에는 10년 뒤에 톱배우가 되어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배우로서의 마인드가 좀 더 나아졌을 뿐이지 위치나 이런 면에서는 크게 변화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계속 사람들이 찾아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멀리 바라보지 않고 눈앞에 주어진 것을 먼저 봐요. 그리고 그것을 소화하면서 소중함을 느껴요."
최필립은 차기작 계획에 대해서 "부르는 곳 어디든 가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연성 있게 극을 이끌어나가는 캐릭터라면 크고 작고를 떠나서 까메오가 됐건 뭐가 됐건 내 역량에 맞게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배우 아니겠어요?"
공백기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는 최필립. 이제 시작이라는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