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대타협이 난항을 겪으면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에 대한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위해 야심차게 출범한 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노사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노사정위가 재가동 된 이후 지금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임금·근로시간·정년 등 현안, 사회안전망 정비 등 주요 3대 과제를 논의했다.
노사정위는 같은해 9월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이하 노사정위 특위)를 구성했다.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등 산적한 노동 현안을 노·사·정 대화를 통해 일괄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노사정위 특위가 3개월에 걸쳐 내놓은 검토 의견에 노동계와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기존에 설정해 놓은 정책의 가이드라인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점에서다.
실제 발표된 전문가 그룹의 의견은 △통상임금 범위 축소 △노동시장 연장·유연화 △임금체계 직무·성과급 중심으로 개편 △임금피크제 확대 △기간제·파견제 규제 완화 △저성과자 해고제도 도입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등으로 기존 정부가 발표한 대책과 차이점이 없다.
또 지난해 8월 노사정위가 재가동 된 이후 의제 설정까지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도 지적이 나온다. 노사정위는 재가동 된지 2개월 만에서야 의제별 14개 세부과제를 확정한 상태다.
이에 대해 노사정위 특위 전문가그룹은 노동이동성과 고용·임금·근무방식 등 노동시장의 활성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제별 세부과제 선정에 있어서도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좁히고 공평한 노사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시일이 걸렸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노사정위가 주장하는 점에 대해 여전히 노사의 해석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대통령 자문기구이자 노사정 협의 채널인 노사정위가 주요 대타협에서도 노사의 합의를 좀처럼 이끌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자칫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노사정위 존재 의미는 물론, 과거 무용론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노동연구원은 "이번에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노동시장 혼란은 가중되고 기업 경쟁력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면서 "노사정위가 한계에 부닥친 사회적 대타협에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하는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대한 강력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달 29일 2015년 제1차 회의를 열고, 오는 4월 총파업 방침을 만장일치로 정했다
노사정위의 한 축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역시 지난달 총파업 동참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이어 이달 초에는 양대 노총이 투쟁 공조 방침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