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한국형 전투기(KF-X‧보라매) 개발 사업 입찰에 24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대한항공이 참여하면서 18조 규모의 건군 이래 최대 무기사업 수주전의 막이 올랐다.
KF-X 사업은 지난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 개발 계획을 밝힌 이후 13년간 사업타당성 평가만 7회를 거쳐 체계개발에 착수하게 됐다.
KAI와 대한항공의 관계는 복잡, 미묘하다. 1999년 정부의 7대 업종 빅딜에서 국가 항공 산업의 육성을 위해 삼성항공, 대우종합기계, 현대우주산업 등 3사 항공부문을 통합해 설립된 KAI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작사다. 방산업체 및 항공기전문화업체로 지정돼 항공기 개발분야에서 국내 최고 시설과 1300여명의 개발 인력을 갖추며 매년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운송을 넘어 항공우주산업을 키우려는 입장에서 줄곧 KAI 인수에 눈독을 들여왔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7월 소형 민수‧무장헬기(LCH·LAH) 사업 입찰에 이어 KF-X 사업까지 잇달아 국책 항공 사업에 참여해 ‘항공우주산업’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국책 항공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저비용항공사(LCC) 등과의 경쟁 및 재무구조 개선 자구안 이행 등에 대한 투자자와 채권단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국내 항공‧방위산업 발전과 군 전력증강을 주도할 핵심 사업인 KF-X 사업을 놓고 양사간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KAI 측은 KF-X 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전투기급 연구개발 실적경험과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랜시간 관계를 돈독히 해온 록히드마틴과의 파트너십과 KT-1, T-50, FA-50, 수리온 등 다양한 국산항공기 개발 경험을 통해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KF-X 사업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KAI 관계자는 “지난 30여년간 축적된 국내유일의 개발 역량과 국내 협력업체 역량을 총 집결시켜 반드시 KF-X 사업목표를 100%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KF-X 개발사업 수주로 국내 항공산업 발전의 전기로 만들 계획이다. ‘땅콩회항’으로 대내외적 이미지 실추로 곤욕을 앓았지만 운송을 넘어 항공우주산업 부분이라는 신성장동력을 강화해 분위기 쇄신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특히 유럽 회사인 에어버스D&S와의 협력 체제를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에어버스와 협력을 통해 유로파이터를 능가하는 한국형 고유 브랜드의 전투기를 개발할 것”이라며 “타국의 규제나 승인에 관계없이 독자적인 기술로 성능을 개량하고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후 전투기(F-4, F-5)를 대체하기 위한 KF-X 사업은 공군 주력 전투기인 KF-16보다 우수한 미들급 전투기 120대 생산을 2025년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방위사업청이 KAI와 대한항공의 투자제안서를 평가해 다음 달 내로 주관업체를 선정하고 6~7월까지 협상, 체계개발 실행계획서 승인, 계약 수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