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과 만나 증세·복지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회동은 신임 원내지도부 구성에 따른 상견례 자리로, 별도의 오찬 없이 1시간여 만에 끝났다. 청와대 회동은 일단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그제(8일) 야당 대표도 선출됐고 2월 임시국회도 이제 시작된 만큼 무엇보다 경제활성화가 잘되도록 국회도 잘 이끌어달라"고 당부하면서 "당정청이 새롭게 잘 호흡을 맞추고 또 여러 가지 일들을 한번 제대로 잘 맞춰 삼위일체가 돼 함께 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어제 말씀하신 내용 중 경제활성화가 우선이라는 부분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국회에서 제대로 뒷받침 못해 죄송하다. 야당이 하도 협조가 안 돼서…문재인 대표와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경제활성화법의 통과 협조를 잘 풀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전날 박 대통령의 수석비서관회의 언급을 거론하며 “경제활성화 관련법안은 대통령께서 걱정하시는 대로 저희들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만 아시는 대로 최근에 야당을 설득하지 않고 통과되는 게 없고 야당도 거기에 여러 가지 원하는 게 있기 때문에, 2월과 4월 국회가 야당의 현재 원내지도부이기 때문에 설득해 경제활성화법안과 공무원연금을 최대한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야당과의 협의가 변수라는 입장을 밝혔다.
야당이 '증세없는 복지'의 철회를 요구하는 등 복지재정 확충을 놓고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면서 청와대가 야당의 요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또 "나머지 민생 관련 문제는 '국회에서의 논의가 항상 국민을 중심으로 이뤄지길 바란다'는 어제 (박 대통령의) 말씀에 개인적으로 동감하고 국민께서 제일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걸 정확히 파악해 민생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또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증세없는 복지' 문제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원 의장은 "전체적으로 재정이 어려우니 경제를 활성화시키자는 게 대통령 말씀"이라며 "선 경제 활성화, 후 세금논의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먼저 경제 활성화가 되면,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거기서 발생하는 이득이 복지가 필요한 곳에 스며들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며 "구체적으로는 추후 당정청에서 계속 열린 마음으로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증세문제에 대해 거듭 "국민에게 부담을 더 드리기 전에 할 도리를 다 했느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강조했고, 유 원내대표는 '중부담 중복지' 필요성을 거듭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 모두 경제활성화가 최우선 이라는 데에 당청의 입장차가 없다는 점을 거듭 확인, 이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 의장이 회동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나는 한 번도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을 직접 한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고 소개해 박 대통령의 발언 진위를 놓고 한때 논란이 일었다. 이에 유 원내대표가 " 내가 듣기로는 대통령이 그렇게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급히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동에서는 당정청 정책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합의하고, 설 직후 첫 회의를 열어 정책 현안을 조율하기로 했다.
신설되는 당정청 정책 협의체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와 정부측 경제·사회부총리,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경제수석·정무수석 등 '3·3·3' 형태로 구성될 예정이다.
고위 당정청 회의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후임이 정해진 이후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