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갑(甲)의 횡포논란이 일었던 대한항공이 정보공개에 ‘철통방어’ 자세를 취하고 하고 있어 논란이 제기된다. 대한항공은 노선별 예약률 등과 같은 기존에 제공하던 자료도 ‘땅콩회항’ 사태 이후 비공개 방침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경계 없는 소통(疏通)을 위해 ‘소통 위원회’를 만들고 기업 문화를 쇄신하겠다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신년사와는 정반대인 ‘불통(不通)’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존에는) 예약담당 부서에 자료를 요청해서 노선 예약률을 공개했다”면서 “(지금은) 회사 내부방침에 따라 회신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사회적 분위기과 달리 대한항공은 오히려 역행하는 모습이다. 예약률은 승객들이 항공권을 얼마나 예약했는지 알 수 있는 정보이자 노선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기본 자료다. 문제는 예약률의 경우 대한항공도 기존에는 무리 없이 공개했던 정보였지만 이내 회사방침 변경으로 공개 불가 선언을 한 것이다. 반면 현재 대한항공을 제외한 국내 6개 항공사는 모두 예약률을 공개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예약률 비공개 방침이 정해진 것은 ‘땅콩회항’ 이후라고 보고 있다. ‘땅콩회항’ 사태로 대내외적인 이미지에 큰 손실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대한항공이 작은 꼬투리라도 잡힐까 정보공개에 방어적 태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기본적으로 예약률을 모두 공개하고 있고 이를 숨길 이유가 없다”며 “대한항공도 기존에는 예약률을 공개했지만 (땅콩회항) 사건 이후 회사 내부적인 변화나 탑승률 하락 등 외부적 문제가 있어 공개를 기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달 다른 국내 6개 항공사의 국내선 여객이 10∼40% 가량 증가한 반면 대한항공은 유일하게 감소했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통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국내선에서 48만2000명을 수송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6% 줄었다.
대한항공 측은 예약률 정보공개 불가 방침이 세워진 시점이 ‘땅콩회항’ 사건 이후라는 지적에 한 담당자는 “10월 중순 이후부터”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또 다른 담당자에게 문의했더니 이번엔 11월부터 바뀌었다고 대답하는 등 정확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그저 “내부 방침”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정확한 자료공개 거부 이유를 내놓지 않고 있어 정확한 시점 해명도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예약율의 경우 노선의 인기도 등 여행객들의 트렌드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인데 공개하지 못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예약률 공개가 영업상 불이익이 된다면 타 항공사들도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땅콩회항’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1)의 첫 공판이 이날 오후 2시 30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변호인 측은 “기내 상황과 관련한 검찰의 공소사실에 기억과 다소 다르거나 실제보다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주요 혐의를 부인했다.
또 변호인 측은 조 전 부사장이 당시 승무원 김씨에 대해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박창진 사무장의 손등을 파일철로 내리쳤다는 혐의를 부인, “항공보안법상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에 이르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호인은 또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전체 이동거리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수준“이라며 법리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죄 △항공기 안전운항 저해 폭행죄 △강요죄 △업무방해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 5가지 혐의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