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서울 지하철 4호선 사당역 근처에는 이른바 먹자골목이 발달했습니다. 인근 방배동과 사당동 주민은 물론,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직장인들이 자연스레 운집하는 장소이다 보니 일찍부터 상권이 형성됐습니다.
음식점에서부터 술집, 각종 프랜차이즈에 이르기까지 그 수와 종류도 다양합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수 많은 자영업자들이 명멸하는 곳이지만 그래도 서울 시내 주요 상권 중에서는 변화의 폭이 적은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사업을 시작하던 해에 태어난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대부분과 수영선수 박태환은 올해로 27살이 되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터줏대감'이나 지역사회에서 '방귀깨나 뀌는' 명사는 아니지만, 긴 시간 갖은 고생과 노력 끝에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한 케이스입니다.
그런 김 사장이 최근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최근이라고 하기도 민망합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건물주에게 장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지만 그조차도 뜻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우선 김 사장의 갈빗집 자리에서 새롭게 장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은 이미 주요 경제 현안과 정책, 기사의 '클리셰(Cliche)'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어쩌면 이런 불경기에 온갖 리스크를 안고, 수백만원의 임대료를 감당하며 호기롭게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게 당연한 일일지 모릅니다. 김 사장이 좋아했다던 노래 '장사하자'는 이제 상황 파악 못하는 옛 시절의 노래가 될 판입니다.
복잡하게 얽힌 권리금 문제도 골칫거리입니다. 김 사장은 자세한 사정을 밝히는 것을 꺼려했지만, 이는 숱한 자영업자들의 최대 애로사항입니다. 지난해부터 상가권리금의 법제화 추진과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실에서의 실질 체감도와 효용성은 한참 떨어집니다.
김 사장은 '그간 해 온게 있는데 지금 좀 어렵고 손해 좀 본다고 해서 큰일날 게 있느냐', '엄살 좀 그만 부려라'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습니다. 외부에서 보면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되짚어 본 27년간의 사업 과정은 참으로 지난(至難)했습니다. 상권에 자리잡기까지 들인 공과 노력, 점차 치열해지는 인근 업체들과의 경쟁 속에 주기적으로 반복됐던 매장 인테리어, 사업자금 융통을 위한 금융기관과의 줄다리기 등 이루 말할 수도 없이 많은 어려움을 거쳐온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판단은 냉정합니다. 제대로 된 노력이나 자생의지가 부족했으니 폐업이나 사업철수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죠. 소상공인을 이른바 '구조조정 대상'으로 인식하는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는 약 284만개의 소상공인 사업체가 존재합니다. 이중 창업동기가 '생계유지'인 곳은 10곳 중 8곳(82%)이 넘습니다.
자영업자가 무한경쟁의 정글 속에서 1년 간 살아남을 확률은 60%대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창업 후 5년 뒤 70%가 폐업하죠. 이런 지옥도나 다름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20년을 넘게 버텨 온 김 사장은 행운아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김 사장은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정부가 세계 경제 위기와 국내 경기 둔화와 부진 속 대기업들의 '리스크 관리'를 각종 지원책을 동원해 돕는 것처럼, 소상인들도 마음 편하게 장사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흔히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 모든 사람들과 연결된다고 합니다. '케빈 베이컨의 6단계(Six degrees of Kevin Bacon)'죠.
그런데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생(生)을 유지하기 위해 '장사'를 합니다. 여섯 다리는 커녕 한 다리만 건너도 하루하루 어렵게 장사하는 분들이 넘쳐납니다.
물론 '어렵다 어렵다 해도 장사만 잘 하는 사람만 많더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변명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상인들이 처한 상황은 여전히 차갑고 무겁습니다. 모쪼록 새해는 이 '장사'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평안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