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질적인 내수 부진…여전히 흐림
"민간소비 증가세가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고 투자도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등 내수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꽤 오랫동안 한국경제를 진단할 때 쓰였던 문구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대외 악재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수출이 흔들렸을 경우 장기화한 내수 침체로 인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안으로의 대응 방안이 부족한 것이다.
내수 부진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 내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담뱃값 인상이라는 상승 요인이 있지만 경기 개선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수출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내년 경제의 핵심 키워드를 '내수 살리기'로 잡았다. 서비스업 등 내수산업의 성장력에 따라 3.8%의 경제성장률 달성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투자가 이뤄지면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화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또 기업들의 투자 리스크를 줄여 돈을 회사에 쌓아두지 않고 투자에 적극 나서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업투자 촉진 프로그램'을 마련해 30조원 이상의 신규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대외 리스크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내년엔 장기화한 내수 부진을 개선해 탄탄한 경제구조를 만드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유가 공포 확산 및 더욱 치열해질 환율전쟁
정부는 올해 환율 전망을 ‘안갯속’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만큼 환율변화가 극심하고 일본, 중국 등 양적 완화에 합류한 국가들이 얼마나 돈을 찍어낼 것인지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과 일본, 유럽, 중국 등이 환율시장을 주도했지만 올해는 신흥국이 전쟁에 가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진단이다.
벌써부터 아시아 신흥국들은 일본의 엔화약세 장기화로 인한 대비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일본 아베노믹스의 성패 여부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통화정책이 생존경쟁으로 번지면서 우리 정부도 명확한 위치를 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중립’적 태도는 오히려 국제공조를 끌어내는데 걸림돌이라는 시각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한국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자본유출입 강도가 높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미국의 높은 금리를 따라 외국인 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갈 경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과 일본 등 한국경제와 밀접한 국가들이 양적완화에 합류하는 분위기에서 무작정 미국만 바라볼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더 금리를 내려서 저성장 늪의 탈출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경제연구기관에서는 올해 금리인하를 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불안정한 내수를 먼저 잡아서 대외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성을 키우는 게 선행돼야 한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은 "내년에는 금융 완화 기조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정책금리는 1%대,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하로 낮출 여지가 있다"며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임을 시장에 명확히 전달해 경제 주체들의 수요 확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