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비서관은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할 때 직속상관으로,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소환에 응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9시 58분께 홀로 검찰에 출석했으며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박관천 경정에게 문건 작성을 지시했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주어진 소임을 성실하게 수행했고 가족과 부하 직원들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았다"며 "검찰에서 진실을 성실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이날 검찰에 순순히 출석함에 따라, 그를 상대로 박 경정이 문건을 작성한 경위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문건이 유출된 의혹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가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형사1부에서, 문건 유출과 관련해 특수2부에서 각각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나오기 전인 올 1월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정씨가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핵심 비서관들과 매월 정기적인 모임을 하며 국정에 개입한다는 취지로 구두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해당 문건의 작성자이자 문건 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박관천 경정은 전날 20시간 가까이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이날 새벽에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검찰은 정윤회씨가 박 경정으로부터 문건과 관련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타이핑만했다'는 답을 들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조 전 비서관에게 정씨 동향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는지와 사실관계 등을 확인했는지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유출의 범인으로 제3자를 지목한 민정보고가 있었다고 주장한 점, 박 경정이 청와대를 나올 때 다량의 문건을 갖고 나왔던 정황을 알고 있었던 점을 고려해 검찰은 청와대 문건 유출 경위도 캐물을 계획이다.
조 전 비서관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 핵심 3인과 갈등을 겪던 와중에 박 경정이 경찰로 원대복귀한 지 2개월만인 올 4월 물러났다.
조응천 전 비서관이 이날 검찰에 출석함에 따라,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초 그간 진실 공방을 벌여온 정윤회씨를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박관천 경정도 한 두 차례 더 소환해 유출 혐의 부분의 수사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검찰은 박 경정이 압수수색 전날인 2일 부하직원을 시켜 삭제한 노트북 컴퓨터의 파일 내용을 복구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삭제된 파일이 혐의와 관련된 증거로 드러나면 박 경정에게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추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