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과거, 현재가 아닌 미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희망적인 한·일 관계를 수립하자.”
1일 여의도 전경련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24회 한·일 재계회의’가 성공리에 마무리 됐다. 2007년 11월 13일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제23회 회의가 개최 직후 벌어진 양국간 관계 악화의 여파로 중단된지 7년 만에 열린 회의였다.
지난 5월 도쿄에서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 공동 주관으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 기조연설자로 초대받은 허 회장이 사카키바라 회장을 만나 연내 회의 재개 의사를 타진했고, 사카키바라 회장이 흔쾌히 동의하며 단초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도레이그룹 회장이기도 한 사카키바라 회장은 1960년대 코오롱 등 국내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은 이래 한국에 250차례 이상 방문하는 등 한국 사랑이 각별한 지한파로 알려져 있으며, 회장 취임후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회의 재개를 적극 추진했다고 한다.
회의에는 한국측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한일경제협회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류진 풍산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구자열 LS 회장 등 23명이, 일본측에서는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게이단롄 회장 등 22명이 참석하는 등 역대 최대규모의 행사로 치러졌다. 특히 일본측에서는 게이단롄 회장단 19명중 14명이 참여해 한·일 경제협력 재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렵게 만든 자리인 만큼 양국 기업인들은 과거보다 미래를 이야기 하는 데 모든 시간을 할애했고,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또한 당장 커다란 성과물을 도출하진 못했지만 앞으로 대화의 단절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2시간 3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양국 기업인들은 △한·일 양국 경제정세 △아시아 경제통합 △한·일 산업협력(환경‧에너지, 서비스산업, 미래산업, 제3국 협력, 안전‧방재) 등 3개 세션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양국 기업인들은 산업협력에 있어 ‘제 4세대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한·일간 제 1세대 협력이 한국기업이 일본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는 것이었다면, 제 2세대 협력은 부품소재 부문에서의 협력을, 제 3세대 협력은 양국 기업간 경쟁 단계를 의미한다. 이에 4세대 협력은 경쟁을 넘어 양국기업이 공통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차세대 에너지와 스마트시티, 신흥시장 과다경쟁 방지 등을 통해 협력해 나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
회의 후에는 한·일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과거 50년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다시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내년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사업으로 경제협력 심포지엄, 차세대 리더 포럼 등을 공동 개최하기로 했다.
허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양국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동반성장의 길을 걸어오며,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경이로운 성장을 이뤄냈다”며, “한국과 일본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의 100년을 물려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자”고 강조했다.
사카키바라 회장도 “한·일 관계 강화는 게이단롄의 최대 중요 과제이며 7년만의 간담회 재개는 큰 기쁨이다”며, “게이단롄과 전경련은 새로운 산업 협력과 양국 경제 관계 발전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이번 회의에서 경제교류 활성화를 희망하는 양국 재계 기업인의 소망이 도출됐다”며, “정부간 관계는 잘 안 풀리고 있지만 50년전 양국 경제계가 나서 국교 정상화에 물꼬를 튼 것처럼 이번에도 경제계가 협력을 지속해 해빙무드를 만들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