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성동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성동구 응봉교 확장 공사장 인근을 지나던 이모(46·여)씨가 콘크리트 바닥 위 검은색 뚜껑을 밟자 깊이 4.5m 정화조로 떨어졌다.
"살려달라"는 이씨의 외마디 비명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은 점차 가라앉았고 질식사 위기에 처했다. 겨우 내민 얼굴마저 오물 등으로 가려지려는 순간 누군가 희망의 손길을 내밀었다.
우연히 이 근처를 지나던 서울 광진소방서 김옥석(51) 지휘팀장이 이씨의 손가락을 잡은 것이다.
당일 근무가 아니었던 김 팀장은 길을 지나다 우연히 사고를 목격하고 "갑자기 땅속으로 푹 꺼지는 것을 보고 이러다 3∼4초 안에 죽겠다 싶어 구하러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김 팀장은 주위 도움으로 정화조 안에 들어갔고, 외부 시민들도 밧줄을 가져와 힘을 보탰다. 결국 이씨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생활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정화조의 관리소홀이 도마위에 올랐다.
현행 하수도법에서 정화조는 개인하수처리시설로 개인의 자산이다. 법적으로 자치구에서 설치 및 청소 기준을 규정하고 있을 뿐 제재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그야말로 건물 준공 때와 해마다 청소가 이뤄졌는지 각각 한 차례 점검이 전부인 셈이다.
그렇다보니 정작 정화조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지를 따지기란 쉽지 않다. 다만 이번의 경우 서울시가 발주한 공사장 인근에서 일어난 터라 시공사와 소유주간 합의로 일단락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서울시내에는 약 60만개의 정화조가 위치한다. 언제 어디에서 이번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지 미리 판단하기 힘들다. 이에 전문가들은 얼마 전 판교 환풍구 추락 등 도심 내 시설물의 안전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화조는 자치구가 필요에 따라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지만 이 역시도 행정지도 수준"이라며 "공공기관에서 현황만 파악할 뿐 개인시설을 관리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