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및 KDB대우증권, 대신증권, NH농협증권, 동부증권을 비롯한 주요 증권사가 올해 들어 RP를 특판으로 팔았다.
RP는 일정 기간 후 증권사에서 약정이자를 붙여 되사주는 채권으로 특판일 경우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이자를 얹어준다.
실제 주요 증권사가 올해 특판으로 판매한 RP는 최대 연 4%에 달하는 이자를 제시했다. 이달 예금금리 평균(2.28%)보다 2%포인트 가까이 높다. 수많은 투자자가 몰리고 있는 이유다. 특판 RP는 내놓는 족족 완판되고 있다.
그러나 특판 RP가 담고 있는 채권은 연 2%대 국공채나 통안채, 금융채다. 애초 약속한 이자를 주기 어려워 역마진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요 증권사가 특판 RP를 수백억원어치씩 파는 데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밑지는 장사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얘기다.
A증권 영업점 관계자는 "우량채 대신 높은 이자를 주는 부실채에 투자하는 회사가 적지 않다"며 "약정 이자를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버젓이 특판 RP를 내놓고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RP를 특판하면 수익에 도움이 안 되지만 외형적으로는 실적이 좋은 것처럼 보인다"며 "금융사 건전성을 왜곡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증권사가 드러내지 않는 다른 잇속도 있다. 특판 RP를 미끼로 끌어모은 자금은 반드시 다른 상품에 재투자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B증권 본사 직원인 C씨는 "특판 RP는 다른 상품보다 최소 투자금이 많아 소액으로는 투자하기가 어렵다"며 "대개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판매한 다음 다른 상품에 가입하도록 유인한다"고 전했다.
C씨는 "한번 유치한 돈이 단기에 빠져나가면 영업사원 실적에 타격이 크다"며 "들어온 돈이 계속 순환할 수 있도록 붙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업계에서 구체적인 지적이 나오는데도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특판 RP는 증권사가 한시적으로 파는 상품이고 반드시 약정이자를 주도록 돼 있다"며 "회사별로 내부통제시스템이 있어 역마진을 감수하거나 부실채에 투자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