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간, JTBC 사옥 인근 카페에서 ‘비정상회담’ 녹화를 마친 에네스 카야를 만나 인터뷰했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준비부터 장시간 이어진 녹화로 지칠 만도 하지만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처럼 에너지가 넘쳤다. 먼저 자신을 일반인에서 방송하는 일반인으로 바꿔준 ‘비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예상 밖이었죠.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어요. 기분이 좋았죠. 아마 PD와 작가님 말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비정상회담’ 출연진 중에 이미 방송을 경험해본 인원들이 있었기에 외국인 중심의 방송이 식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출연 여부에 대해서요. 지금은 PD님한테 감사하죠. 방금 전에도 녹화 끝나고 나오는데 열 분 정도가 기다리고 계셨어요. 아침 10시에 부산에서 기차타고 올라와 저한테 빼빼로를 주고 싶다면서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요. 관심과 사랑 감사합니다.”
이미 영화 ‘초능력자’에서 고수의 친한 동생 알 역으로 기자를 포함해 연예부 기자들과 관계자들 은 그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도 자신이 누군지 알려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그는 일부러 이름도 알리지 않았다. 현장 취재진의 물음에 그저 ‘카야’라고만 답했다.
“알아보실줄 몰랐어요. 오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름도 잘 얘기해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조금씩 저의 풀네임과 영화 출연작이 언급되자 기사화가 크게 됐죠.”
에네스 카야는 모국인 터키에서 음료수를 수입하고 있다. 국내 커피숍에 납품 중인데 지난해 10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가진 직업은 여러 가지다. 지난 2007년 세뇰 귀네쉬 감독이 FC서울의 사령탑을 맡고 있을 당시 전담 통역사로 활동한 바 있다. 또 터키 대기업의 한국지부에서 컨설팅을 맡았으며 정치적으로 유명한 터키인이 방한하면 통역을 했다. 말 그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요즘에는 방송일과 각종 연예 관련 행사에 홍보대사 등으로 초대된다. 최근에는 올레tv가 국내 최초로, 해외에서 큰 수익을 올린 영화 ‘22점프스트리트’를 극장을 통하지 않고 바로 안방극장에 오픈하는 행사에도 참석했다. 이때 만난 에네스 카야의 스마트폰 스케줄표에는 빽빽하게 일정이 적혀 있었다.
올해 초에는 영화 ‘은밀한 유혹’(감독 윤재구·제작 영화사 비단길·수필름)에도 출연해 촬영을 마쳤다. ‘은밀한 유혹’은 인생을 바꿀 매력적인 제안에 흔들려 마카오 최고의 호화 요트에 승선하게 된 한 여자와 두 남자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과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임수정, 유연석, 이경영, 박철민, 진경, 도희 등이 출연했다.
연기 욕심도 있다. “연기가 재미있다”는 그는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연기를 하고 싶다. 특히 액션 영화에 출연해 보고 싶다”면서 “바보 역할도 잘 할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관람을 하다보면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막 생겨나더라고요. 종교와 문화적 차이만 없다면 어떤 역할이든 해보고 싶어요. 제 성격의 문제인데 ‘터키유생’이란 별명은 그냥 의도한 게 아니라 정말 저의 본 모습이거든요. 예전에 영화 출연 제의가 들어왔는데 폭탄으로 테러를 일으키는 무슬림 역할이더라고요. 사실 이슬람의 기본 교리는 개미 한 마리 함부로 죽이면 안되고, 나무 하나도 이유 없이 베어내면 안된다인데 그렇게 묘사된다는 게 제 신념에 맞지 않더라고요.”
‘비정상회담’에서 보여지는 강건하고 신념이 뚜렷한 에네스 카야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 진짜 에네스 카야였다.
“한국에 도착하고 향수병에 걸린 적도 없고요.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은 외국인이 살기 좋은 나라에요. 정도 많고, 웃음도 많고요. 어떤 나라처럼 걸으면서 뒤를 걱정할 필요가 없죠. 외국인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생각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터키 속담에 이런 말이 있거든요. 아름답게 보면 아름다운 것이고, 아름다워 보이면 그것에 대해 아름다운 생각만 하게 된다. 한국에서 고생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침대 위에 빈대가 있다고 침대를 불태울 수는 없잖아요?”
맞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