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2020년까지 세계 최고수준의 연비경쟁력을 확보하라."(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기아차의 발목을 잡고 있는 연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미국으로부터 연비 과장과 관련해 1억달러의 벌금을 부과받는 등 연비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서울 삼성동의 한전부지 매입에 사용한 10조원이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논란과 맞물려 최근 시가총액은 30% 이상 급감하며 삼성전자의 뒤를 이었던 시가총액 2위 자리도 내줬다.
정 회장의 이날 발표는 이 같은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는 우선 연비 향상을 위해 △차세대 파워트레인 개발 △주요 차종 경량화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등 3대 방안을 성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연비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할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차세대 파워트레인 TFT' 등을 중심으로 단계별 연비 향상 목표와 실행방안을 수립했다.
현대·기아차는 차세대 파워트레인 개발과 관련해 현재 현재 보유 중인 10종의 엔진 라인업 중 70%를 차세대 엔진으로 대체한다.
우선 가솔린 라인업을 강화한다. 신규 가솔린 엔진을 개발해 기종 수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중형 승용차에 장착되는 누우 엔진과 소형차에 탑재되는 카파 엔진 개선 모델도 선보인다.
또 연비 향상 효과는 물론 강력한 성능을 갖춘 터보엔진 개발도 확대돼 기종 수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디젤엔진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R엔진 등을 대체할 신형 엔진을 개발하고 차량 연비 향상의 핵심 요소인 변속기 효율 개선 및 다단화와 함께 변속기 기종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전륜6속, 후륜8속 변속기의 전달효율도 개선하고, 현재 8속이 최대인 후륜 변속기도 다단화한다.
현대·기아차는 가솔린엔진은 11~13%, 디젤엔진은 16~18%, 변속기는 2~9%의 연비 향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전과 함께 차량 경량화를 위한 초고장력 강판 비율도 올해 33~52%에서 2018년 48~62%로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출시한 신형 쏘나타, 신형 제네시스, 신형 쏘렌토의 초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을 52% 수준으로 높였다.
또 고강도 알루미늄 휠, 발포플라스틱 도어내장재 등 경량 소재 적용도 대폭 확대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초고장력 강판과 경량 소재 확대 적용을 통해 주요 차종 중량을 평균 5% 이상 낮춰 연비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친환경차 라인업 강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내년 중 준중형급 하이브리드 전용모델과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출시에 이어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라인업도 보강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전 차급의 친환경 라인업을 확대키로 하고, 이를 위한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2020 연비 향상 로드맵’의 달성으로 최고수준의 연비 경쟁력 확보는 물론, 2020년 기준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연비 규제를 여유 있게 선제 대응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향후 연비가 전 세계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확실한 강점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2020 연비 향상 로드맵’을 뛰어넘는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