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준석 선장, "죽을죄 졌지만 살인 고의는 없었다"

[이준석 선장]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이준석(69) 세월호 선장이 살인을 제외한 대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희생자들에게 사죄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임정엽)는 8일 201호 법정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선장 이씨에 대해 피고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선장은 재판에서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해 많은 인명이 희생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을 받자 "죽을죄를 졌다. 잘못했다"고 답했다.

이 선장은 "공소사실 가운데 한두 가지만 인정돼도 평생 교도소에서 나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고, 이에 대한 불만은 없다"며 "다만 살인의 고의는 한순간도 품어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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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장은 잘못을 사죄하면서도 살인죄 부분에서는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변호사가 아무리 잘 돕더라도 교도소에서 못 나가는 건 알고 있지만 내 자식에게 평생 살인자의 가족이란 소리를 듣게 할 수는 없다"며 "어찌 죽어가는 사람을 놔두고 도망가거나 방치할 생각을 했겠느냐"고 진술했다.

살인의 고의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벌을 받겠다는 뜻이냐고 변호사가 묻자 이 선장은 "그 부분(살인)만 빼고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처벌받겠다"고 말했다.

이 선장은 "단원고 학생, 일반인,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죽는 날까지 고인들의 명복을 빌겠다"며 "내 무능 탓에 함께 재판받게 된 승무원들한테도 (나의) 죄를 만회할 길이 없다"고 사죄했다.

그러나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승객 퇴선명령 여부에 대해 검찰이 확인 질문을 하자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였다.

퇴선명령 여부에 대한 추궁이 계속되자 이 선장은 배가 기울 때 충격으로 잠시 실신했으며 조타실로 갔을 때는 속옷 차림인 것도 모를 만큼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라고 둘러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