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한동안 세월호 특별법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강력 반발로 특별법 여야 합의안 추인을 유보하면서 ‘박영선식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지난 11일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이 당 의총에서 번복된 데 이어 두 번째 시련이 닥친 셈이다.
출범 20일도 안 돼 연타석 후폭풍을 맞은 박영선호(號)가 ‘과도 체제의 불안정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출항 순항 여부도 속단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당내 강경파와 세월호 유가족들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불신임’ 선고로 간주할 수밖에 없어서다. 당장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추인 유보와 관련, “의회민주주의 부정”이라고 총공세에 나섰다.
이 같은 무기력증은 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소수파 대표의 숙명인 ‘당내 결집력 약화’와 존재감 낮은 차기 대선주자의 ‘대외적 영향력 약화’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8월 둘째 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 포인트)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6% 포인트 하락한 22.0%에 그쳤다. 박 위원장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은 1.7%로 9위에 그쳤다.
반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45%였고, 박 위원장 보다 높은 차기 대선 지지율을 보인 여권 인사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6.3%)·정몽준 전 의원(9.1%)·정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6.7%)·정남경필 경기도지사(4.6%) 등 4명에 달했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박 위원장의 ‘혁신 비상대책위원회’가 정국의 변곡점마다 위기를 자초한 까닭이다. 박영선호가 7·30 재·보선 참패 이후 혁신안 없이 섣불리 과도 체제의 조기 안정에만 골몰한 것도 전략 부재가 표면화되는 데 한몫했다.
박영선호가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체제의 대체재 1순위로 꼽혔던 점과 현재 야권이 여성 정치인 부재 현상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심이 박 위원장에게 혹독한 평가를 내린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지난 4일과 현재 새정치연합이 처한 현실이 판이하다는 점이다. 당시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박 위원장에게 ‘백기 투항’ 등의 단어를 써가며 체제 흔들기에 나섰으나, 현재는 수면 아래에서만 불만을 표출할 뿐 박영선 체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세월호 특별법 1차 협상안이 의총에서 부결될 당시에는 예측 가능했던 당내 계파 갈등이 주된 암초였으나, 지금은 자당을 제외한 범야권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반발이 변수라는 얘기다.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특별법 추가 협상안을 추인한다면 조기 수습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간 줄곧 걸었던 강성 노선과 유가족 프레임이 박 위원장에게 부메랑으로 작용할 경우 조기 낙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과도 체제인 박영선호의 경우 대여 견제는 물론 대정부 투쟁 등의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며 “허약한 당 기반으로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그룹과 차기 대권 잠룡인 문재인 의원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