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소방서 재난안전과 예방팀장 김우연
인간이 동물과 다른 이유는 ‘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들 흔히 말한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해주었다고도 하지만, 인간이 불을 가장 처음 이용한 시기는 사실상 불명확한 것이 정설이다.
이처럼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거듭난 불이지만, 언제나 이로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원치 않는 화염은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기에 이르렀고, 이에 인간은 불에 대하여 제재 혹은 방어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에 이르렀다.
이에 가장 먼저 생긴 소방조직이라고 평(評)받는 것은 기원전 17c 로마시대 옥타비아누스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하여 조직된 소방대라고 일컫어지며,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의 금화도감[禁火都監]이 대표적이다. 즉 우리에게 가장 이로운 존재이나, 이와 동시에 그 위험성에 대하여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불의 역사가 우리 인간의 역사다.’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인류 최대의 혁명적인 이 에너지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양면적인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연간 화재에 의한 사망 및 재산손실의 규모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며, 그 발화원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우리 소방조직에서는 다양한 매뉴얼 및 작전절차를 통하여 대응하려 하고 있지만, 사실상 가장 중요하고 원론적인 화재방어는 바로 예방인 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음이다.
이렇게 증가하고 있는 화재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음식물 화재이다. 군포소방서의 화재발생 비율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부주의’이며,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발화요인이 바로 음식물 화재이다.
우리가 현장에서 보게 되는 음식물 화재의 대부분은 연소확대에 이르기 보다는 발화원만 연소 된 후 자연진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연소확대요인은 언제든지 상존하고 있으며 우리가 불을 이용하여 음식을 조리한다는 전제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가 숨쉬는 모든 공간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화재요인이기에 그 위험도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방화(放火)가 아닌 한에야, 우리가 주변에서 겪게 되는 화재는 대부분이 ‘부주의’에서 비롯됨이다. 이것은 비단 군포소방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화재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화재발생요인은 ‘부주의’이며, 그중에서도 음식물 화재가 가장 많은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바로 불을 사용하는 점에서 비롯되었다면, 지금에 이르러 인류가 금수와 다른 점은 바로 지식(知識) 혹은 지능(知能)을 갖추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역사를 배우며, 그 안에서 지나간 과오 및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해가며 이 자리에 도달했다. 그로 인해 찬란하고도 빛나는 문명을 이룩하였으나, 화재에 대한 경각심만큼은 고대 로마황제가 소방대를 조직하던 시점과 별반 차이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분들만이라도, 이제부터는 매사에 경각심을 가지고 부주의라는 사회악을 떨쳐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