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아시아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선진국의 통화정책에 따른 환율변동에 대비해 외환보유액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0% 이상이 아시아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전 세계 외화보유액은 11조9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의 보유액은 7조4700억 달러로 10여 년 전인 2003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8%에 달했다.
아시아 42개국의 외화보유액은 비아시아 127개국 보유액(4조4000억 달러)보다 58% 더 많은 수준이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아시아가 세계 외환보유액 증가에 70% 이상 기여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를 실시하면서 시중에 풀린 자금의 상당부분이 아시아로 유입됐다"면서 "그간 달러화를 사들여 자국통화가치를 낮춰 수출경쟁력을 유지해 온 아시아 국가들이 이러한 투기성 자금 유입과 급격한 환율 절상에 대응한 완충수단으로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제금융협회(IIF) 집계 결과, 미 연방준비제도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푼 돈만 올해 약 353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기간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 규모는 1500억 달러 상당이다.
문제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외화를 사들이는데도 통화가치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수출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일본 엔화는 미 달러화 대비 3% 이상, 한국 원화와 인도네시아 루피화는 각각 4% 이상 올랐다.
선진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면 그간 아시아로 유입됐던 해외자본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가능성도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5월 미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자본유출이 발생했던 사례도 있다.
이 같은 우려를 바탕으로 외환보유액을 과도하게 보유하면 부작용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리비용 증가, 통화팽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불안 등도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연구원은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의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어 외화자산 보유 기회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안정성과 유동성을 확보하는 가운데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