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득환류세제, 기업-가계 균형 이뤄질까

2014-07-2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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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정부가 기업이익을 가계소득으로 유도하기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내놨다. 하지만 이 제도로 기업과 가계의 균형이 맞춰질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높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기업소득환류세제는 대기업(중소기업 제외)에 대한 기존의 고용·투자 인센티브를 지속하는 가운데 앞으로 발생하는 이익의 일정 수준 이상을 인건비나 배당, 투자 등으로 유도하는 제도다.

2~3년의 기간을 두고 기업이 이익을 투자나 인건비, 배당으로 쓰지 않으면 남은 부분 중 일정 부분을 법인세로 추가 과세하겠다는 것으로 과세 대상 소득은 2015년부터 발생하되 실제 과세는 2017~2018년에 처음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재계의 반발을 고려해 기존에 기업들이 가진 사내유보금이 아니라 내년부터 새롭게 발생하는 이익부터 과세한다는 계획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열린 '전경련 최고경영자 하계포럼'에서 "그간 쌓인 사내유보금은 불문에 부치되 앞으로 발생하는 당기순이익은 인건비, 투자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런 제도를 도입할 만큼 우리나라 기업의 사내유보금 증가세는 가팔랐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10대 그룹 81개 상장사(금융사 제외)를 대상으로 조사해 1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사내유보금은 515조9000억원으로 5년전(271조원) 대비 90.3%가량이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유보율도 986.9%에서 1733.9%로 747%p나 급증했다.

하지만 기업소득환류세제 실효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에서는 주요 대기업들이 이익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해외에 쌓아둘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상이 되는 기업은 대기업에 한정되는 만큼 실제 이 세제가 효과를 발휘한다고 해도 그 혜택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나 주식 보유자만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따라서 정말 정부가 확실한 기업소득의 가계소득 환류를 목표로 한다면 법인세를 인상해 정부가 직접 가계를 지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가계소득 확충을 위해 세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가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탓에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등장한 것"이라며 "법인세를 올려 복지정책에 사용한다면 가계소득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단순히 사내유보금이 증가한 현상에 집중하고 그 크기를 줄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서는 곤란하다"며 "면밀한 원인 분석과 이에 기초한 법인세제 정상화, 과도한 세금할인혜택의 폐지, 거시경제 정책 기조의 변경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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