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침체국면에 투자 유망 상품으로 믿을 건 오직 빌딩 시장뿐인가. 아파트, 토지 등 대부분의 부동산 시장이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반면, 강남 빌딩 매매시장은 ‘나홀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리맥스코리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강남지역에서 거래된 오피스빌딩 52동의 매매가를 조사한 결과, 3.3㎡ 평균 매매가격은 1579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2분기 평균 매매가(1576만원) 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또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몇 차례 큰 고비를 넘기는 과정에서 아파트, 상가 등 다른 부동산은 가격이 폭락했지만 빌딩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강남 핵심지역 빌딩 시장이 불황에 가장 늦게 반응하는 반면, 호황기에는 가장 먼저 회복세를 보이는 부동산 상품으로 꼽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도 다른 대부분의 부동산은 2008년 하반기에 이미 불황 국면에 들어갔으나 강남 빌딩 시장은 2009년 하반기 이후에나 불황의 영향권 안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러한 강남 빌딩 시장의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여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동성의 물꼬를 터줄 만한 마땅한 투자 대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빌딩을 대체할만한 매력적인 금융상품이나 다른 부동산 대안상품이 거의 부재한 투자환경에서 자산가들이 중장기 저축성 투자, 이른바 묻어두기 투자 대상으로 빌딩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 요인도 다수 존재한다. 먼저 임대시장의 침체 국면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공실률 상승과 임대료 하락이 기조적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어 빌딩 투자수익률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또 오피스빌딩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향후 빌딩 투자에는 몇 가지 전제가 뒤따라야 한다. 우선 중장기 투자이기 때문에 반드시 여유 자금에 기반한 투자여야 한다. 차입금에 의한 투자는 상당한 리스크를 수반하게 된다. 자금에 쫓겨 바닥에서 팔고 상투에서 매입하는 우를 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아울러 빌딩은 상품 특성상 수익형 부동산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불확실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보다 수익률에 입각해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매매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수익률도 자연스레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업계에서는 보통 강남 빌딩의 임대수익률을 연 4~5% 선으로 보고 있다. 강남권 빌딩 가격이 지난 7년 새 2배 가까이 오르면서 덩달아 수익률이 낮아졌다. 금융상품이나 주식보다 빌딩이 투자 리스크가 작을 것으로 보고 무작정 뛰어들어선 안 된다는 말이다. 공실률이 높고 교통 접근성이 낮다면 임차인 유치부터 애를 먹을 수 있다.
또 빌딩 시장에도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본격화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 호황기에는 강남 빌딩 공실이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개별 빌딩의 구체적인 조건에 따라 차별화 현상이 일어난다. 이면의 중소형 빌딩은 공실률이 30%를 넘어선 곳도 있다.
이에 따라 투자 시 해당 빌딩의 공실률과 임차인 현황 분석은 기본이며 주변 건물들의 공실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만약 공실률이 20%를 넘어서면 투자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외국기업이나 금융사 같은 우량 임차인들이 많이 입주해 있을수록 좋은 물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