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분야의 숨어 있는 대박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2014-07-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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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aT 사장 직격 인터뷰 "농식품 미래기획단에 큰 기대"

[김재수 aT사장이 먹는 농업의 탈피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사진 제공=aT)]


오랜만에 만난 그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급하게 잡은 약속임에도 주저 하지 않고 시간을 내주었으며, 근처 식당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후 사장실에서 인터뷰가 시작됐다.

“농업 분야의 숨어 있는 대박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김재수 사장은 최근 춘란의 성공적인 경매를 예를 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6월 11일 aT 화훼 공판장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한국 춘란’ 경매에서 <원판소심> 품종의 <단원소>가 5,300만 원에 낙찰된 적이 있다. 이날 경매에는 2백여 명의 난 애호가들이 참석했는데, 경매를 주최한 aT측은 놀랐으나 정작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난 시장은 애호가를 중심으로 넓게 형성돼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확인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장래의 농업은 고급 기술, 즉 IT, BT 등의 융합으로 생겨나는 분야와 농촌 지역에 숨어 있는 대박 상품을 찾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김재수 사장은 누에고치를 활용해 화장품이나 건강식품 등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든 것을 예로 들면서 기존의 농업계 혁신에 상당한 평가를 내렸다. 김재수 사장은 이런 노력과 함께 이제는 농촌지역에 숨어 있는 것을 상품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펴낸 책 <농업의 대반격>에서 “생산 중심의 먹는 농업에서 벗어나 기능성 농업과 관광 농업이 어우러진 미래형 6차 산업으로 가야 농업의 미래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수 사장은 한국 농업과 관련해 이미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우리 식품 미국 시장 공략하기> <식품 산업에서 희망을 찾는다> <식품 산업의 현재와 미래> <미국 농업 정책의 현재와 미래> <한국 음식 세계인의 식탁으로> 등이 그의 저서다. 이런 그의 저서 편력은 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김재수 사장은 1957년 경북 영양 출신으로 경북고와 경북 대학교를 나왔다. 서울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서 역시 경제학 석사를 마쳤고, 중앙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지나칠 만큼 강하다.

그는 1977년 행정고시(21회)에 합격해 농림부의 주요 보직을 거쳐 차관까지 올랐다. 행시를 거쳐 차관에 오른 이력은 흔하지만, 그의 이력에는 해외 근무가 많다. 1992년 경제협력개발기구 파견 근무에 이어 2003년에는 주 미국대사관에서 참사관을 지냈다. 그가 지은 책 가운데 미국과 관련한 책이 많은 것은 미국 대사관 시절의 근무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신종 플루의 예방 약인 타미플루는 팔각회양이라는 식물의 열매에서 추출물을 얻는다. 그 식물을 재배하는 농가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우리나라의 농촌 지역을 잘 살펴보면 그런 대박을 터뜨릴 식물들이 많다.”

김재수 사장은 농림수산식품부 제 1 차관을 하기 전에 농촌진흥청장을 2년 가까이했다. 농촌진흥청장 시절에 우리 농업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없어질 뻔한 조직이다. 당시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정부 조직을 개편하면서 농촌진흥청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그때 만일 농촌진흥청이 없어졌다면 한국 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이 없어졌을 것이라는 우려는 지금은 웃을 수 있지만 당시의 절망적 상황은 다시 돌아보기 싫은 풍경이다.

“시골에 가면 어르신들이 모기나 파리가 많이 있는 곳에 할미꽃 뿌리를 던져 놓는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모기나 파리가 없어진다. 조상들이 가진 생활의 지혜인데, 아마 할미꽃 뿌리에는 해충을 퇴치하는 효과가 있는 물질이 있을 것이다.”

김재수 사장은 먹는 농업에서 벗어나 대박 농업으로 가는 것이 반드시 전통과 결별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우리 농촌의 지혜를 잘 활용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에 있는 한 초등학교는 전국에 있는 맷돌을 다 모아 놓았다. 옛날에는 걸리적거린다고 버린 맷돌이 이제는 관광 상품이 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옛날의 농기구들을 잘 활용하면 문화자원은 물론 고급 상품으로 탈바꿈될 수 있다. 우리 산에 지천으로 널린 진달래나 철쭉을 가지고 향수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의 전환이야 말로 미래 농업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김재수 사장은 우리 농촌을 잘 살펴보면 이처럼 대박 상품으로 만들 것이 많다면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주문했다. 농업 분야에 있어서도 R&D가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먹는 농업을 중심으로 가다 보면 도시민들도 농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면서 농촌의 문화 자원과 부존 자원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드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농식품 미래기획단을 발족시켰는데, 천 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aT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미래기획단은 aT에 대한 홍보가 주목적이 아니라, 이들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천 2백명에 이르는 대학생들은 자주 농식품 기업을 방문하도록 해서 우리 농식품 산업에 대한 이해를 하도록 만들려고 한다. 이들이 미래의 우리 농촌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믿는다.”

김재수 사장은 지난 6월 23일에 발족한 대한민국 농식품 미래기획단(YAFF)에 대한 자랑이 거침없었다.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긴 시간 동안 미래기획단에 대한 비전을 설명하는데 할애해 그의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김재수 사장은 이 미래기획단은 기존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수요자가 중심이 되는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천 명으로 시작해 오는 2017년에는 5천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들은 농식품 정책을 온라인으로 홍보하고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한편 농식품 산업 현장을 직접 체험한다고 소개했다. 이 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농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 시절에 만든 코피아에 대한 소개 역시 빠뜨리지 않았다.

“aT가 중국의 칭다오와 상하이, 베이징 등에 사무소가 있지만, 앞으로는 서부 지역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중국의 서부 시장이야말로 앞으로 거대한 시장으로 형성될 것이다.”

김 재수 사장은 중국 시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면서, 앞으로 체결될 예정인 FTA 등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철학을 쏟아냈다.
 

[김재수 aT사장이 수급 종합 상황실에서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aT)]


“이제는 현장을 찾아 관계자들이 몰려 다니는 식의 전시 행정은 그만해야 한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전국의 주요 농산물의 성장 상태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다. aT에 있는 수급 종합 상황실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IT 시대에 걸맞게 농업 행정도 바뀌어야 한다.”

김재수 사장은 aT의 수급 종합 상황실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국내 주요 농산물의 작황을 매일 체크하고 수급조절위원회 사무국의 역할도 하면서, 실질적으로 국내 주요 농산물의 수급을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고 김재수 사장은 강조했다.

김재수 사장은 그런 중차대한 역할의 기초는 각 지역에 있는 직원들이 손에 갖고 있는 스마트폰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전송된 화면을 토대로 주요 농산물의 작황 현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혁신을 거창하고 구조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곁에 있는 사소한 것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때 생겨날 지도 모르겠다.

aT는 쌀과 쇠고기, 김치 등 주요 농산물 10개 품목에 대한 시세를 매일 모바일을 통해 전송하는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제공 받는 한 식당 주인이 자신의 가게에 납품하는 업자에게 그 정보를 보여주며 납품 가격을 즉석에서 깎았다는 일화를 김재수 사장은 소개했다.

이처럼 국민들의 생활에 이익이 되는 작은 것이라도 실천에 옮긴다면 현 정부가 그동안 구호로만 챙겼던 창조 경제의 진면목에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인터뷰 말미에 들었다. 인터뷰를 마친 그는 다하지 못한 말이 많은 얼굴이었지만, 여전히 편안해 보였다.

(인터뷰 = 경제부장 박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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