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KB금융그룹)가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기회를 강풍에 날려버렸다.
박인비는 13일(현지시간) 영국 랭커셔의 로열 버크데일GC(파72)에서 끝난 여자골프 시즌 셋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300만달러)에서 4라운드합계 1오버파 289타(72·72·68·77)로 단독 4위를 기록했다.
우승은 이름도 낯선 모 마틴(32·미국)이 차지했다. 마틴은 합계 1언더파 287타(69·69·77·72)로 유일한 언더파를 기록하며 미국LPGA투어 첫 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올렸다. 우승상금 47만4575달러(약 4억8000만원)는 그가 이 대회전까지 미LPGA투어에서 받은 누적상금 59만9776달러(약 6억1000만원)의 80%에 가깝다.
10번홀(파4)에서는 티샷과 세컨드샷이 잇따라 러프에 들어가 이 대회들어 유일한 더블보기를 기록했고 연장전 돌입 기회가 있었던 18번홀(파5)에서도 강풍에 막힌 볼이 러프에 떨어져 보기를 하고 말았다. 티샷과 어프로치샷 정확도는 50%로 괜찮았으나 퍼트수는 33개로 많았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메이저대회 첫 승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나비스코챔피언십 L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을 휩쓸었다. 그는 9월 에비앙챔피언십에서 다시한번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마틴은 2005년 미국 UCLA를 졸업(심리학 전공)하고 2006∼2011년 6년간 미LPGA 2부(시메트라)투어에서 활약했다. 미LPGA투어엔 2012년 들어왔고 지난주 세계랭킹은 99위였다. 2부투어 시절 첫 승을 2007년 텍사스에서 열린 엘파소골프클래식에서 거뒀다. 당시 시속 30∼40마일에 달하는 강풍속에서 우승컵을 안은 것이 이번 대회에서도 초반부터 선두권을 달리게 한 원동력이 됐다.
특히 18번홀(파5)에서 기막힌 이글로 ‘메이저 퀸’에 오를 수 있었다. 드라이버샷에 이어 친 스푼 세컨드샷이 그린앞에 낙하한후 굴러 깃대 가운데를 맞히고 홀옆 1.8m지점에 멈췄다. 알바트로스가 될뻔한 상황이었다. 그는 그 이글 퍼트를 성공하며 첫 승을 장식했다. 올시즌 첫 이글의 밑바탕이 된 스푼샷에 대해 그는 “내 생애 최고의 샷”이라고 말했다.
157㎝의 단신으로 정확도가 빼어난 그는 우승소식을 듣고 “이게 생시냐? 믿을 수 없다. 꿈이 이뤄졌다.”고 기뻐했다.
그는 ‘L’자 모양의 목걸이를 하고 다닌다. 지난 3월 타계한 할아버지(링컨)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할아버지는 마틴의 생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고령에도 불구하고 대회장을 따라다니며 손녀의 뒷바라지를 해오다가 10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펑샨샨(중국)과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은 합계 이븐파 288타로 2위에 올랐다.
지은희는 합계 3오버파 291타로 공동 5위, 안선주(요넥스)는 4오버파 292타로 ‘베테랑’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 등과 함께 9위, 세계랭킹 1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5오버파 293타로 공동 12위, 2008년과 2012년 챔피언 신지애는 9오버파 297타로 뉴질랜드 교포 고보경(17·리이다 고) 등과 함께 공동 29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