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기준금리가 14개월 연속 동결됐지만 오히려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이르면 다음달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한은 경기인식, 부정적으로 변화…이 총재, 하방리스크 강조
이날 모두발언을 포함해 질의응답까지 이 총재는 하방리스크가 크다는 내용을 서너차례 언급했다. 경기의 기조적 회복세를 얘기했지만 내수 위축에 따른 부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인식에 대한 변화도 언급했다. 지난 4월 성장률 발표 당시만 해도 한은은 경기 회복세가 완만히 지속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후 이 총재는 "좀더 지표를 살펴봐야 한다"며 경기 판단을 유보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이날 "세월호 이전에는 대외 위험이 컸으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 그 파급효과가 일반적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길게 가는 상황이 됐다"면서 "경기 인식이 3개월 전에 비해 바뀐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시중유동성이 실물 부문으로 원활히 흘러갈 수 있도록 자금 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과의 정책공조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총재는 "정책 공조의 첫걸음은 정부와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간극을 줄여나가는 쌍방의 노력"이라며 "각 기관이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전체적인 정책효과가 최대화될 수 있도록 조화롭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내수 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 총재의 시그널 = 금리 인하?
이 같은 총재의 발언들로 미뤄볼 때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7월 금통위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물증(성장 전망)은 동결이지만 심증(총재 발언)은 인하"라며 "8월 금통위까지 발표될 국내지표 중 소폭 부진한 지표가 나올경우 금리 인하를 단행할 분위기"라고 봤다.
장기 시장금리는 이미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3월만 하더라도 2.87%였으나 지난 2일 2.58%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간 시장에서는 급락세를 보이는 환율을 잡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달 금통위 당시만 해도 1015~1017원에 머물렀지만 지난 4일 1008원까지 내려앉았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글로벌 달러자금이 계속해서 국내 증시에 유입된 데 따른 결과다. 심리적 저지선인 1010원대가 뚫린 데 이어 하반기 중 1000원 선도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원화값 상승은 국내 기업에는 수익성 악화로 가는 직격탄이 된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날 "환율 변동에 금리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부정적 효과도 있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경제인식 변화와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잡은 것 자체가 이미 금리 인하에 대한 포석을 깔아놓은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그동안 만장일치의 연속이던 기준금리 동결 결정도 이날 한 금통위원이 소수의견을 내면서 깨졌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도 추가 통화완화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취임 후 경기부양 패키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책공조 효과의 극대화 차원에서 다음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