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시를 읽다(16)] “은퇴자의 로망" 북방의 홍콩 '다롄'

2014-07-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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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편집부]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의 열 번째 국가급 신구가 랴오닝(遼寧)성 항구도시 다롄(大連)에서 탄생했다. 다롄 진푸(金普)신구다.총 면적 2299㎦인 다롄 진푸신구는 동북 지역 개방협력의 전략적 중심지로 동북 노후공업단지의 발전모델을 전환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다롄시 전경[사진=이진형 기자]

중국 랴오닝성 랴오둥반도 남단에 위치한 해변의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다롄은 제국주의 열강들이 눈독을 들이던 전략적 요충지였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다롄은 주요 전장(戰場)이었고, 러시아와 일본 제국주의의 점령지로 약 50년의 세월을 보냈다. “다롄을 지배하는 자가 랴오둥반도를 지배하고, 랴오둥반도를 지배하는 자가 동아시아를 지배한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1945년 다롄은 일제에서 해방된 후 다시 소련군에 의해 점령됐다가 1951년 중국에 반환됐다.
 

다롄시 전경[사진=이진형 기자]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의 상처는 오히려 다롄 경제발전의 디딤돌이 됐다. 러시아와 일본은 다롄의 함대와 요새의 물자를 보급하고 무역의 거점항구로 발전시키기 위해 도시 건설에 나섰다. 러시아는 다롄을 프랑스 파리를 본뜬 계획도시로 만들었고 일본은 관동도독부와 남만주 철도와 같은 인프라 설비를 구축했다. 덕분에 현재 다롄 거리 곳곳에 러시와 일본의 건축물과 문화가 혼재돼있다. 다롄에는 여타 동북지역보다 반일감정이 적다. 오히려 일본에 우호적인 성향이 짙다.
다롄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에도 대외 개방도시로 지정돼 꾸준한 발전을 이어왔다. 현재 랴오닝성에서 경제규모는 가장 큰 도시다. 다롄은 북쪽으로는 선양과 하얼빈으로, 서쪽으로는 베이징과 톈진, 남쪽으로는 칭다오로 이어지고, 바다 건너로 우리나라 인천이나 북한의 남포와 마주하고 있어 천혜의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롄이 ‘북방의 홍콩’으로 불리는 이유다. 오늘날 다롄은 이 같은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물류뿐만 아니라 조선산업, 정보기술(IT), 석유화학, 금융산업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해 다롄시 지역 GDP는 7820억 위안으로 랴오닝성 성도 선양(7223억7000만위안)보다도 많았다. 현재 다롄시는 GDP 기준 동북3성 도시 중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다롄시 주민 1인당 GDP는 11만1268위안으로 베이징(9만3213위안)보다도 높았다.

다롄은 중국에서 가장 긴 해변을 자랑한다. 해안선 길이만 무려 2211km에 달한다. 아름다운 해안풍광을 가진 다롄은 휴양 관광도시로도 유명해 중국에서 ‘은퇴후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꼽힌다. 매년 동북 3성의 부자들이 소비를 위해 다롄을 자주 찾는다. 소비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다롄은 앞으로 주요 상권 백화점 영업시간을 밤 10시까지 연장하고 대중교통 운행시간도 연장한다는 계획을 시 정부 차원에서 내놓기도 했다.

다롄의 요트 크루즈 산업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다롄시 요트 경제는 10년새 25배가 성장했다. 현재 다롄에 요트기업은 모두 15곳으로 등록된 요트 개수가 195대다. 2004년엔 8대에 그쳤다. 다롄 로컬기업인 완다그룹은 영국 럭셔리 요트제조업체 선시커를 인수하기도 했다. 다롄은 오는 2020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크루즈 항구가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다롄을 거친 호화 크루즈선은 모두 18대로 연간 크루즈 관광객 수는 3만300명에 달하고 있다.

중국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중톈 교수는 저서 ‘독성기(讀城記)’에서 다롄을 남성미가 넘치는 북방의 도시로 묘사했지만 사실 다롄은 미인이 많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다롄엔 패션의 도시로도 한국에 잘 알려져 있다.  “광저우에서 먹고, 상하이에서 놀고, 다롄에서 입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현재 다롄시 패션산업 규모는 500억 위안에 달하고 있다. 1988년부터 시작된 다롄 국제패션쇼에는 한국 디자이너들도 참여하고 있다.

다롄은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이곳엔 고구려가 요동 지방을 지키기 위해 세웠던 천혜의 요새 비사성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또한 안중근, 신채호 등 많은 애국선열들이 순국한 뤼순(旅順) 감옥도 남아있다. 현재 다롄에는 3만명의 교민과 1300여개의 한국기업이 진출해있다.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안정환은 다롄 축구구단인 다롄스더에서 활약상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다롄(大連)에 한국영사사무소가 개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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