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의 상처는 오히려 다롄 경제발전의 디딤돌이 됐다. 러시아와 일본은 다롄의 함대와 요새의 물자를 보급하고 무역의 거점항구로 발전시키기 위해 도시 건설에 나섰다. 러시아는 다롄을 프랑스 파리를 본뜬 계획도시로 만들었고 일본은 관동도독부와 남만주 철도와 같은 인프라 설비를 구축했다. 덕분에 현재 다롄 거리 곳곳에 러시와 일본의 건축물과 문화가 혼재돼있다. 다롄에는 여타 동북지역보다 반일감정이 적다. 오히려 일본에 우호적인 성향이 짙다.
다롄은 중국에서 가장 긴 해변을 자랑한다. 해안선 길이만 무려 2211km에 달한다. 아름다운 해안풍광을 가진 다롄은 휴양 관광도시로도 유명해 중국에서 ‘은퇴후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꼽힌다. 매년 동북 3성의 부자들이 소비를 위해 다롄을 자주 찾는다. 소비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다롄은 앞으로 주요 상권 백화점 영업시간을 밤 10시까지 연장하고 대중교통 운행시간도 연장한다는 계획을 시 정부 차원에서 내놓기도 했다.
다롄의 요트 크루즈 산업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다롄시 요트 경제는 10년새 25배가 성장했다. 현재 다롄에 요트기업은 모두 15곳으로 등록된 요트 개수가 195대다. 2004년엔 8대에 그쳤다. 다롄 로컬기업인 완다그룹은 영국 럭셔리 요트제조업체 선시커를 인수하기도 했다. 다롄은 오는 2020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크루즈 항구가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다롄을 거친 호화 크루즈선은 모두 18대로 연간 크루즈 관광객 수는 3만300명에 달하고 있다.
중국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중톈 교수는 저서 ‘독성기(讀城記)’에서 다롄을 남성미가 넘치는 북방의 도시로 묘사했지만 사실 다롄은 미인이 많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다롄엔 패션의 도시로도 한국에 잘 알려져 있다. “광저우에서 먹고, 상하이에서 놀고, 다롄에서 입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현재 다롄시 패션산업 규모는 500억 위안에 달하고 있다. 1988년부터 시작된 다롄 국제패션쇼에는 한국 디자이너들도 참여하고 있다.
다롄은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이곳엔 고구려가 요동 지방을 지키기 위해 세웠던 천혜의 요새 비사성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또한 안중근, 신채호 등 많은 애국선열들이 순국한 뤼순(旅順) 감옥도 남아있다. 현재 다롄에는 3만명의 교민과 1300여개의 한국기업이 진출해있다.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안정환은 다롄 축구구단인 다롄스더에서 활약상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다롄(大連)에 한국영사사무소가 개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