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이는 비단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3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다. 새누리당이 8 곳 새정치민주연합이 9곳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확연히 다른 결과다. 새누리가 과연 보수냐,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말 진보냐에 대해서는 쉽게 구분 짓기 어렵지만, 현 체제의 유지냐 변화냐에 대해서는 구분 짓는 게 어렵지 않다. 정치 영역에서는 적잖이 '유지'를 선택한 유권자들이 교육 영역에서는 무슨 바람이 불어 '변화'에 몰표를 줬을까. 그 이유 또한 혁신학교가 이뤄낸 가시적 성과에 있다.
입시가 거의 모든 교육의 목적으로 여겨지는 우리 사회에서, 혁신학교는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는 만큼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도 교육청이 지난해 초 2년 이상 운영된 도내 혁신학교의 '2010~2012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분석한 결과 혁신초등학교의 기초학력미달 학생 비율은 3년 새 1.2% 포인트, 혁신중학교는 2.7%포인트 줄었다고 밝혔다. 일반초등학교에서 0.9%포인트, 중학교에서 2.3%포인트 감소한 것보다 실적이 더 좋았다는 것이다.
학업성취도에서 보여준 이같은 성과는 오히려 부수적이다. 더 큰 결실은 학생·교사·학부모 등 교육에 직접적 당사자들이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만족감을 느낀다는 데 있다. 아파서 학교 못 가면 눈물을 흘리며 우는 학생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교권 추락이 공공연히 회자되는 현실에서 가르치는 의미와 보람이 크다며 혁신학교에서 교육의 미래를 점치는 교사도 있다. 서울지역 혁신학교 학부모들은 문용린 전 교육감의 '혁신학교 죽이기' 움직임에 위기감을 느끼고 스스로 '혁신학교 지키기 '에 나서기도 했다.
이제 정치 영역에서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 해야할 일은 자명해졌다. 자신들의 의정활동을 통해 유권자들의 삶이 더 좋게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 확성기 소리로 귀가 따갑게 외치는 것이 아니라, 투표의 결과가 당신네들 삶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진정 우리 사회를 좀더 바람직한 변화로 이끌고 싶다면 그 변화의 바람에 힘을 싣고 싶다면,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가시적 성과로 답해야 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데가 과연 변화를 원하기나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