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집트 수사 당국은 8일 저녁 수만 명이 모인 가운데 엘시시 대통령의 취임 기념행사가 거행됐던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27건을 수사하고 있고 용의자 7명을 체포했다.
당시 집단 성폭력 현장으로 보이는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면서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2분 정도 분량의 이 동영상을 보면 피해 여성은 발가벗겨졌는데 엉덩이가 검붉은 멍으로 덮였고 일부 출혈도 발생했다.
여러 명의 남성이 이 여성을 둘러싸고 있다가 경찰관이 가까스로 여성을 끌어내는 모습도 담겨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니 압델라티프 이집트 내무부 대변인은 ‘체포된 용의자 7명의 연령대는 15~49세로 이들이 영상에 나온 성폭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NYT는 “집단 성폭력 영상은 이집트 대통령 취임식에 오점을 남겼다”며 “성폭력을 억제하겠다는 엘시시 신임 대통령의 다짐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집트에서 성폭력은 고질적인 사회문제다. 특히 공공장소에서의 집단 성폭력은 이집트의 가부장적 문화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엘시시 대통령은 국방부 관료였던 지난 2011년 4월 “여성들을 성폭행으로부터 보호하고 군경이 성폭행범으로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처녀성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 기간엔 “여성을 존중하고 지원하겠다”며 “언론과 교육으로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성폭력 가해자들이 '수치심'을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집트 여성협의회는 성명에서 “명예로운 이집트 국민에게서 이런 수치스럽고 부도덕한 행동이 나올 수 없다”며 “대통령 취임식에 오점을 남기려는 세력의 조작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