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부킹업체라는 곳이 있었다. 10여년 전 골프가 널리 퍼지고 골프장수 부족으로 골프부킹하기가 힘들었을 때 골프장과 골퍼들을 연결해주는 업체들이었다.
그런데 골프인구 증가세 둔화, 골프장수 증가 등 골프장을 둘러싼 시장환경이 변화한 탓인지 많은 부킹업체들이 사업을 접었다. 몇몇 군데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투자나 차입없이 스스로 매년 200% 안팎의 성장률을 보이는 중소기업이 있다. 창업한지 12년째 되는 골프부킹서비스업체 엑스골프(www.xgolf.com)가 그 곳이다.
-골프장이 늘어나면서 부킹시장도 달라졌을 터인데요.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골프장이 ‘갑’이고 골퍼가 ‘을’이었는데, 지금은 반대가 됐습니다. 골퍼들이 갑이 됐고 골프장은 을의 위치로 전락했습니다. 지금은 골프장들이 손님을 모아달라고 하고 있고, 자연히 그쪽에서 수수료를 냅니다. 골프장 공급초과시대가 되면서 부킹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래도 틈새시장은 있습니다. 오히려 요즘같은 때가 우리에겐 더 좋을 수가 있어요. 골프장쪽에서 먼저 손님을 보내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손님들이 드문, 비선호시간대에 저렴한 요금으로 고객들을 보내 자리를 채워주면서 우리는 10%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어차피 비어있는 시간대라면, 놀리는 것보다 싸게라도 골퍼들을 받는 것이 이롭지 않겠습니까. 골프장과 골퍼들이 상호 ‘윈-윈’ 할수 있도록 우리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서울에서 먼 지방골프장의 ‘패키지 상품’을 제외하고 수도권 골퍼들이 가장 저렴하게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귀띔해주시지요.
“원주 홍천 진천 음성 등 강원·충청권 골프장 중에서도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에서 가까운 곳이 있습니다. 원주의 파크밸리CC, 홍천의 벨라스톤CC 등이 대표적이지요. 경기 외곽에 있는 웬만한 골프장보다 접근성이 좋은 이런 골프장에서는 비선호 시간대의 주중 18홀 그린피가 6만원 정도입니다. 하루 짬을 내서 다녀온다면 10만원 조금 넘는 선에서 한 라운드를 할 수 있습니다.”
-여러 골프장을 가보았을 터인데요. 골프장 이용 비용에 비해 코스·음식·인상 등에서 효용이 큰 곳을 추천한다면.
“경기도 여주의 360도골프장을 들 수 있겠네요. 퍼블릭 골프장인데도 코스나 세련미, 모던한 느낌 등에서 ‘블랙스톤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인상이 깊었습니다.”
-우리는 선수들이 기량이나 골프 열기, 골퍼들의 눈높이에서는 ‘골프 선진국’이라 할 만합니다. 그 반면 모순되거나 부조리한 측면도 많은데요. 한국 골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골프장 입장료(그린피)가 지금보다 낮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즐길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정부에서 세금을 인하하는 것이 먼저겠지요. 물론 골프장내 여유부지에 주택이나 호텔 등을 지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회원제보다는 퍼블릭 골프장이 많이 생겨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겠고요. 골프장들도 클럽하우스를 웨딩홀이나 연회장·레스토랑 등으로 꾸미고 자투리땅에 캠핑장 등을 설치해 수익사업을 다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엑스골프가 12년째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비결이 있을텐데요.
“스피디한 업무 처리. 한 발 앞서나가는 컨텐츠 개발, 감성 마케팅, 직원 만족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팀장들에게 전권을 주어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합니다. 아침 회의 때 나온 아이디어는 저녁까지 실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습니다. 계약을 맺은 전국 250여개 골프장이 원하는 잔여타임 소화나 이벤트 내용 고지 등의 업무는 즉시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회원들에게 통보해 처리합니다. 우리는 또 업계 최초로 골프 소셜 커머스를 도입했습니다. 부킹을 원하는 골퍼들한테서 미리 돈을 받아 그것을 골프장에 전달하는 ‘선결제 할인제’도 엑스골프가 효시지요. 이는 극장이나 뮤지컬 등에서 행하고 있는 제도로, 골퍼들의 ‘노 쇼’를 없애 확실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타임 세일 & 딱! 3일’이라는 이벤트에서는 7일 이내로 마감이 임박한 잔여 부킹 타임을 최저 그린피로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회원(고객)들에게 발렌타인 데이에는 초콜렛, 어버이날엔 카네이션, 명절엔 고스톱, 크리스마스에는 트리, 연말에는 고구마 등 특이하고 다소 엉뚱한 선물을 합니다. 어버이날에는 회원들을 위해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엑스골프만이 하는, 감성 마케팅의 사례들이죠.”
-중소기업이지만 ‘한국의 구글’을 꿈꾼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직 커가는 기업이기에 그런 꿈을 꿀 수 있다고 봅니다. 엑스골프는 ‘직원 만족이 고객의 만족이다’는 모토를 갖고 있습니다. 직원들을 위해 라운지에는 항상 먹을 것을 가득 채워놓습니다. 또 피곤할 땐 언제든지 쉴 수 있는 수면실과 안마실을 설치했고요. 직원들이 무료로 라운드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직급별 모임(사원데이 대리데이 여직원데이 등) 을 위한 활동비 지급은 기본이고요.”
-앞으로 계획은.
“부킹 서비스를 넘어 골프 마케팅 및 프로모션, 골프대회 및 박람회 운영, 골프장 위탁 경영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및 대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한 골프 VIP 마케팅 전문팀을 이미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명 골프전시회를 주최·주관하며 골프산업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자회사 (주) 블랙웍스를 설립해 골프장 위탁운영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조성준 대표는
1970년생인 조 대표는 미국 새크라맨토에서 대학(SAC, 마케팅 전공)을 나온후 국내로 들어와 2003년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박세리·김미현·최경주 등이 미국 프로골프투어에서 맹활약하던 터라 국내 골프 인기가 높았다. 골프를 하려는 골퍼들에 비해 골프장수가 적었기 때문에 부킹도 힘들었다.
때마침 일본에서는 골프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도산하거나 싸게 매물로 나오는 골프장도 많았다. 그는 “골프를 하면 돈이 될 것같다”는 생각에 미쳤고, 마침내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한 부킹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출범과 함께 골프에 입문해 구력은 20년이나 되지만, 평균 스코어는 100에 가깝다. 생애 베스트 스코어가 84타쯤이라고 한다. ‘보기 플레이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그는 “고객들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정작 저는 자주 칠 기회가 없더라고요”라며 웃는다.
그의 경영 컨셉은 여느 대표들과는 좀 다르다. 그것은 ▲선택과 집중 ▲직원들 월급을 미루지 않는다 ▲직원(특히 여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인다 ▲필드에서 발로 뛴다 등이다.
고객들이 만족하는 것에서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그는 “‘재미있게 골프 치고, 재미있게 살자’는 것이 골프 좌우명”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골프와 평생을 함께 하고 있으니,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