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김범준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교수는 ‘과로와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성’을 주제로 우리나라 근로자의 노동 조건과 출혈성 뇌출혈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13시간 일하는 사람은 4시간 일하는 사람보다 뇌출혈 발생 위험이 무려 94%가량 증가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은 출혈성 뇌졸중 환자 940명과 정상인 대조군 1880명의 직업, 근무시간, 근무 강도 및 교대 근무 여부를 수집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13시간을 넘는 노동자는 하루 4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사람보다 뇌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94%나 높았으며 우리나라 직장인의 대부분이 해당하는 9~12시간 노동자의 경우에도 그 위험이 38%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강도도 뇌출혈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육체적으로 격한 근무를 1주일에 8시간 이상 지속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출혈 발생 위험이 77% 높았다. 이 경우 격한 근무를 1시간만 줄여도 위험도가 30%로 떨어졌다.
사무직(화이트 칼라) 종사자에 비해 신체 움직임이 많은 생산직(블루 칼라) 종사자는 뇌출혈 발생 위험이 약 33% 더 높았다. 반면 주야 교대 근무의 여부와는 특별한 관련이 없었다.
김범준 교수는 "노동자의 근무 조건이 직접적으로 뇌출혈의 위험성을 높이는 메커니즘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노동 강도가 증가하면서 스트레스가 가중 되고, 혈압이 상승되는 등 생물학적 요인의 일부가 관여했을 것"이라며 "격무에 시달리는 노동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고혈압 등의 문제가 생기더라도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 이를 치료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관련된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