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붉고 시니컬리즘 구상회화가 강세였던 중국 현대미술이 추상미술로 진화하고 있다.
7년전 장샤오강, 위엔민준,쩡판즈, 팡리준 등 ‘중국 미술계의 4대천왕’이 국내미술시장을 휩쓸고 간후 중국미술은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현대미술시장에서는 인물 구상화에서 추상미술 작가들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이미 중국을 넘어 서울로 진출했다. ‘2011 베니스비엔날레’ 중국관 전시를 기획했던 중국 북경대학교수 펑펑이 서울 서초동 페이지갤러리와 손잡고 중국 추상회화를 처음으로 소개하고 있다.
더페이지 갤러리 큐레이터 이은주씨는 “추상미술은 중국 미술사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나 그동안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 미술계에 중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전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번에는 다른 작가들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전시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탄핑(54), 장팡바이(52), 수신핑(54), 멍루밍(52), 마용창(43), 리엔시우(52), 왕지에(36), 당차오양(46) 등 8명의 작가는 현재 중국 추상회화를 이끌고 있는 선두주자들.
전시를 기획한 펑펑 교수는 “한국 작가들처럼 세련되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야심이 있고, 생명력이 강한 작가들”이라고 소개했다.
왕지에(王颉)는 공간의 부재의 대한 시각적 실험을 하는 작가다. 비어 있는 공간 속에 존재 하는 군상은 실존주의와 허무주의의 경계를 설명 하며 현 중국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철학적으로 풀어낸다. 중국의 신개념 작가군인 N12의 창립자로 중국 신세대 개념미술의 미래를 짊어 지고 있는 대표적 인물이다.
'Surface and Depth 평면과 심도'전을 타이틀로 연 이번 전시는 8명의 작가의 30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 타이틀 '평면과 심도'는 중국의 추상미술은 서양의 추상미술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새로운 사유와 방법을 통해 나타난 중국식 추상미술"이라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실제로 작품들은 묘한 힘을 내뿜는다. 이들 작품은 서구의 추상과 달리 장구한 전통과 정신성이 스며있다.
속도감이 느껴지며 필력이 돋보이는 검은 형태의 화면은 가까이서 보면 바위나 산을 그린듯 하지만 멀리서 보면 매의 형상이 드러난다. 이미 10년전부터 추상미술을 해오고 있다는 작각 장팡바이(张方白)는 사물의 형상을 통해 강함과 부드러움 사이 장력을 제시한다. 기운생동한 그림은 "단지 동물인 매의 형태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정신, 유구한 중국의 전통사상이 배어있는 내공"이라는게 펑펑 교수의 설명이다.
그림은 배경과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형태가 없는게 추상화지만 중국의 추상미술은 격동의 역사 속에서 고뇌하고 몸부림쳐온 중국인들의 심리상태가 투영됐다.
원의 형태를 통해 우주가 폭발하듯 한 멍루딩의 작품은 터질듯한 인구밀도를 보이는 중국의 현실을 말해주는 듯 하고, 털썩 주저앉아 버린 빨간 사람을 그린 수신핑의 작품은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중국인의 모습을 대변한다.
8명의 작가를 이끌고 온 펑펑 교수는 중국추상미술의 저력을 과시했다. "서방이 만든 아방가르드의 논리로 중국의 현대미술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태극사상과 기의 흐름, 명상 등으로 다져진 중국작가들은 서방의 세계에서 힘을 잃고 있는 추상미술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전시는 5월 24일까지.(02)3447-0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