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개나리를 시작으로 벚꽃, 진달래가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고 지역 곳곳에서 펼쳐지는 벚꽃 축제에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현실 때문에 멀리 떠나지 못한다면 가까운 곳으로 눈을 돌려보자. 도심 속에서도 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서울 남산은 무척 친숙한 곳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 등장해 유명해진 삼순이 계단과 ‘우리 결혼했어요’ 등을 통해 소개된 N서울타워의 자물쇠는 한류바람을 타고 서울의 랜드마크가 됐다.
산책길을 따라 하얀 벚꽃의 꽃망울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정상에 올라 바라보면 남산의 녹음과 어우러져 마치 발 아래로 벚꽃 카펫이 펼쳐진 것 같다. 올 봄, 이처럼 아름다운 남산을 새롭게 즐길 수 있는 산책길이 있다.
산책길은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1번 출구에서 시작해 남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지하철 역에서 도보로 남산 공원으로 향하는 가장 짧은 코스 중 하나다.
남산으로 향하는 투박하고 소박한 길은 옛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돌담에 그려진 벽화는 걷는 재미를 더한다.
◆충무로역에서 10여분을 걸으면 남산의 녹음에 둘러싸인 1000여 평의 대지에 우아하게 들어선 유럽식 대저택 ‘라비두스’를 마주하게 된다.
과거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이었으며 지난 70-80년대 한국 영화를 황금기로 이끈 한진 영화사가 40여 년 간 사옥으로 삼아 200편이 넘는 영화를 제작한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한국 영화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의미 있는 장소다.
정원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400년 된 단풍나무와 600년 된 느티나무는 이 곳의 유구한 세월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현재는 2013년 리모델링을 거쳐 하우스 웨딩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SBS TV 프로그램 ‘힐링캠프’ 김성주, 이적, 소녀시대 편을 라비두스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연인과 함께 길을 나섰다면 한 번쯤 들러 로맨틱한 미래를 꿈꿔 보는 것도 좋겠다.
◆이곳을 나와 걸음을 옮기면 남산 자락에 들어서게 된다. 작은 갈래길을 만나게 되는데, 이때 오른편의 작은 골목길로 들어선다. 평범함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박한 소란스러움과 마주친다.
골목길을 걷는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는 바로 타인의 일상에 섞여 들어가는 것이다.
정겹지만 낯선 길 위에서 만나는 세상은 일상에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골목길 끝에는 필동 약수터가 자리 잡고 있다. 필동 약수터에서 잠시 한 숨 돌린 후 남산을 향해 난 계단을 오르면 남산타워가 성큼 가까이 다가와 있다. 남산에는 벚꽃이 만개해 아름다움을 더한다.
올 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연인과 함께 충무로 골목길 - 남산 산책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