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림사건·유서대필 사건’ 재심서 각 33년·22년 만에 무죄 판결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영화 ‘변호인’으로 주목받았던 ‘부림사건’의 피해자 5명과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51)씨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지 각각 33년, 22년만에 재심에서 전원 무죄판결을 받았다.

13일 부산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한영표)는 고호석씨(58) 등 5명이 지난 2012년 8월 청구한 국가보안법 및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신뢰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라고 판결했다.

부림사건은 지난 1981년 9월 부산지역에서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이 영장 없이 체포돼 고문받고 기소된 사건으로 ‘부산의 학림사건’을 뜻한다.

재판부는 “믿을 수 있는 증거가 없으므로 공소사실 모두 인정할 수 없다”며 “또 이들의 행위가 국가 존립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이날 무죄 판결을 받아 전과자라는 오명을 벗은 사람은 고씨를 비롯해 설동일(57), 노재열(55), 최준영(60), 이진걸(54) 등 5명이다.

영어교사로 재직중인 고씨는 무죄 판결후 “합리적 판단을 내려 준 재판부와 많은 관심을 보여 준 국민들께 감사드린다. 무엇보다도 우리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 주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거듭 감사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시 부림사건 관련자 중 19명이 기소돼 징역 5~7년형을 선고받았으며 1983년 12월 전원 형집행 정지로 풀려났다.

이후 부림사건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았고 지난 2009년 부산지법 형사 항소3부는 일부 사건 관계자들이 청구한 이 사건의 재심판결에서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사건의 핵심인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해서는 유죄판단을 유지했었다.

이들 중 고씨 등 5명은 지난 2012년 8월 부산지법에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부림사건의 변론을 맡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한편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는 13일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 간부였던 김기설씨의 자살을 부추긴 `배후 세력’으로 몰려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 강 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강 씨는 1992년 7월 확정 판결이 내려진 뒤 22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이 사건은 1991년 5월8일 당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이던 고(故)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의 퇴진을 주장하며 분신자살하자, 전민련 총무부장이었던 강 씨가 김씨의 자살을 방조하고 유서를 대신 써준 혐의로 기소돼 3년간 옥살이를 한 사건이다.

당시 법원은 ‘강 씨가 유서를 작성했다’는 국과수의 필적 감정 결과를 근거로 강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사건 발생 16년만인 2007년 11월 진실화해위는 “강씨가 아닌 김씨가 유서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다른 판단을 내놨다.

이에 서울고법은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결정했고, 대법원은 검사의 재항고 이후 3년1개월만인 2012년 10월19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고, 검찰과 강 씨의 변호인 측은 유서의 실제 작성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