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로 해결할 것을 압박하기 위한 것인데, 하지만 양사는 “항소하겠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어, 1조원에 달하는 양사간의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8일(이하 현지시간) IT 전문매체 씨넷(CNE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북부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지난 7일 삼성전자-애플 특허침해 손해배상 사건에서 피고 삼성전자가 냈던 평결불복법률심리(JMOL), 재심(retrial), 배상액감축(remitittur) 청구와 원고 애플이 낸 JMOL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미국 법원이 결정한 대로 삼성전자는 애플에 9억3000만달러(약 1조원)를 물어줘야 한다는 확정 판결이 몇 주 안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고 판사는 이날 양측 주장을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만 장장 3년여를 끌어온 만큼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결정을 내리기 전 오는 19일까지 삼성전자와 애플이 만나 합의를 시도하도록 권유했다. 고 판사가 이날 기각 결정은 합의를 위해 양측이 성의를 보이라는 강한 경고라고 볼 수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판부는 이르면 이달 말께 법원에서 공식 확정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1심 판결은 지난 2012년 8월과 지난해 11월 등 2차례에 걸쳐 진행된 배심원 평결에 바탕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평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차 평결 내용 중 나중에 뒤집힌 부분을 제외한 6억4000만달러와 2차 평결에 따른 2억9000만달러를 합친 9억3000만달러를 애플에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은 1심 판결이 나온 후 즉각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에 오른 삼성전자로서는 애플과 화해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굴욕’이나 다름없고, 애플로서도 나름대로 ‘푼돈’(?)에 불과한 배상액에 만족스럽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는 3월 말부터는 다른 제품들을 대상으로 한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라 양사의 법정다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고 판사는 지난해 11월 애플 측 변호인이 1960년대 세계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미국 컬러TV 제조회사들이 삼성 등 ‘아시아 제조업체’에 밀려 사라진 것을 빗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애국심’에 호소하는 뉘앙스로 들릴 수 있는 변론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이번 소송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애플 측의) 발언에 대해 재판부는 반대와 실망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변론이 당시 배심원 결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고 판사는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