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북측이 연례적 군사훈련 등을 인도적 사안과 연계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이 이날 통일부에 보낸 통지문은 "남측에서 전쟁연습이 그칠 사이 없이 계속되고 곧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겠는데 총포탄이 오가는 속에서 상봉을 마음편히 할 수 있겠느냐"며 3월 초께 시작될 키 리졸브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설 상봉의 거부 이유로 지목했다.
통지문은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 없고 우리의 제안도 다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지문이 언급한 '우리의 제안'은 북한이 지난해 7월 이산가족 상봉뿐 아니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도 열자고 제안한 것을 가리킨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산상봉과 금강산관광을 연계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또 "설은 계절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고려된다"고 밝혀 설을 전후로 한 시점이 가장 추운 계절이어서 고령 이산가족의 상봉에 부적합하고 시간상으로 촉박하다는 점도 밝혔다. 과거에도 남북 양측은 이산가족이 고령인 점을 고려해 될 수 있으면 겨울철 상봉을 피해왔다.
북한은 여기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북핵문제와 장성택 숙청 사건 등을 거론한 것에 대해 "종래의 대결적 자세에서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는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하지만 북한은 추후 성사 가능성은 남겨뒀다.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조성을 언급한 상황에서 남측의 제의를 단칼에 거부하는데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조평통은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 없고 우리의 제안도 다 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 표명도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설 상봉 제안을 선뜻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례적으로 좋은 계절에 보자는 뜻을 밝힌 만큼 상봉 카드는 살아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예정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와 제13기 1차회의를 통해 정치적 환경을 정리한 이후에야 북한이 남북관계 복원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