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산업 본산, ‘창원’이 시끄러운 이유는

2013-12-0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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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기계산업의 중심지인 경상남도 창원시 소재 기업들이 갖가지 갈등이 지속되면서 잡음이 끊이지 있다.

지역 대표기업으로 떠올랐던 STX그룹이 경영위기로 사실상 해체된 가운데, 임금 및 단체협상과 관련해 노사간은 물론 기존 노조와 제2노조가 대립하는 기업, 생산 규모 축소를 반대하는 직원들과 직장폐쇄로 맞서는 기업 등,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사태에 연말연시 정서적 한파를 겪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모트롤 노사는 지난해와 올초 두 번에 걸쳐 조합원 투표 결과 부결된 2012년 임금협상과 2013년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채 평행선을 걷고 있다.

두산모트롤은 두산그룹이 지난 2008년 유압기기업체였던 동명모트롤을 인수해 2010년 지주사격인 (주)두산에 흡수합병됐다.

인수 직후부터 임단협과 관련해 자주 진통을 겪어왔던 두산모트롤은 올해는 더욱 문제가 꼬인 상황이다. 기존 노조인 금속노조 산하 두산모트롤 지회와 제2노조인 두산모트롤 노조가 있어 이들 노조가 함께 사측과 임단협을 진행중인데, 노사간 갈등은 물론 노조간 입장도 타협점을 찾지 못해 타결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8차 본교섭에서 노사 양측 모두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연내타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점만 재확인한 자리로 마무리됐다.

두산모트롤 지회는 “최대한 대화와 타협으로 마무리 지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회사의 제시안으로는 타결을 할 수 없다”며 “회사의 전향적인 입장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S&T중공업도 2013년 임단협을 놓고 얼어붙은 노사간 관계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아가며 회사를 위해 노력해온 만큼 이에 대한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는 노조측의 주장에, 사측은 노조의 주장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임단협 뿐만 아니라 조합원의 부당 해고건과 지난해 발간단 최평규 회장 자서전에 언급된 노조와의 관계까지 겹치면서 양측간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지게차 생산업체인 클라크 머터리얼 핸들링 아시아(이하 클라크)는 창원공장 생산비중을 줄이는 문제로 직원들이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과거 삼성중공업 지게차 사업부문이었던 회사는 미국의 지게차 생산업체인 클라크에 인수됐다가 2003년 모자 생산업체인 영안모자로 주인이 바뀌었다. 클라크 창원공장은 한때 연간 지게차를 1만2000대 넘게 생산했으나 2008년 중국공장, 2011년 멕시고 공장이 설립되면서 현재 생산량은 6000대로 줄었다.

특히 지난 8월 휴가기간 중 창원공장 전산설비를 본사인 경기도 부천으로 이전하는 과정에 노사가 마찰을 빚으면서 갈등은 아직 올해 임단협 교섭을 타결하지 못한 채 부분파업 등이 벌어지고 있다.

노조는 연간 지게차 생산 규모를 1만3000대로 유지하고 있는 회사가 외국공장 생산비중을 점차 늘려 결국 창원공장을 폐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 이외에도 창원에 소재한 중견·중소기업들도 폐업과 이전이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STX그룹 붕괴로 충격을 받은 창원시 지역 경제도 타격을 입고 있다.

단순히 창원시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고용효과가 큰 기계 관련 업체들의 사업환경이 불안해졌다는 것은 한국내 제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기계업체 관계자는 “연관산업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기계업계 전체가 조업 물량 축소와 매출 감소, 수익성 악화의 구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분담해왔던 직원들이 보상을 받겠다는 심리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은 대립보다는 노사 모두 한발씩 양보해 경영 정상화를 하루 빨리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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