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에서 삼성에버랜드로 떼어져 나간 패션사업을 그대로 담당하면서도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을 유지함으로써 그룹에서의 그의 영향력은 한층 확대됐다는 평가다.
1973년생인 이서현 사장은 서울예술고등학교와 미국의 명문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했으며,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해 2005년 상무에 올랐으며, 2009년 제일모직과 제일기획 기획담당 전무를 거쳐 2010년 그룹인사에서 제일모직 패션사업총괄 부사장 및 제일기획 기획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2012년 12월부터 양사 경영전략 부사장을 지내왔다. 부사장 임기인 3년을 맞는 올해 일찌감치 사장 승진 대상으로 점쳐져왔다.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 재직시절 패션사업 규모의 확대와 글로벌화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주력 브랜드인 ‘빈폴’을 ‘폴로’를 넘어서는 브랜드로 키웠을 뿐만 아니라. 2003년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를 인수했으며,, 일본의 ‘이세이미야케’, 미국의 ‘띠어리’ 정도에 그쳤던 수입브랜드는 2008년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복합편집매장 ‘10꼬르소꼬모’를 시작으로 미국 브랜드인 ‘릭 오웬스’ ‘토리버치’ 등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잇따라 오픈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헥사 바이 구호’라는 브랜드로 미국 뉴욕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를 통해 제일모직은 남성복 중심의 딱딱한 사업 구조에서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사업으로 쇄신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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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이서현 사장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패션 전문가로서 패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패스트 패션과 아웃도어 사업 진출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회사의 성장 기반을 마련해 왔다”며 “이 사장은 패션사업의 에버랜드 통합 이관 이후 제2의 도약을 견인하는 한편, 제일기획의 경영전략부문장도 겸임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후 삼성그룹의 3남매간 경영협업체제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환상형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25.10%를 보유, 최대 주주로 등재돼 있으며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8.3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이 경영전략담을 맞고 있는 이부진 사장에 이어 이서현 사장을 삼성에버랜드 최고경영진에 합류시킴으로써 이재용 부회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후계구도의 최정점은 장남 이재용 부회장임을 분명히 하면서, 두 딸인 이부진·이서현 사장에게 역할과 한계를 분명히 인식케 했다는 것이다.